블루존(Blue Zone)은 주민 평균 수명이 유난이 긴, 장수촌을 말한다. 블루존은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댄 뷰트너(Dan Buettner)가 처음 정의한 개념이다. 5대 블루존 지역으로 일본 오키나와, 이탈리아 사르데냐, 코스타리카 니코야 반도, 그리스 이카리아섬, 미국 로마린다를 꼽는다. 블루존 주민은 100세 이상 장수 인구가 많다. 그 지역 주민들이 특히 오래 살아가는 것도 놀랍지만, 만성질환 발병률이 낮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특징이 있다. 아시아에서 유일한 블루존인 일본 오키나와는 일 년 내내 온화한 날씨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휴양지로 유명하다. 온난한 기후는 건강과 장수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상에서도 지인 중 무릎 퇴행성 관절염이 있는 80대 여성은 겨울이면 따뜻한 하와이를 찾아 수개월 동안 머무른다. 하와이만 가면 무릎이 덜 아프고, 활동하기 좋다고 한다. 오키나와 주민은 전통 식단으로 고구마, 죽순, 무, 콩류, 생선, 해조류를 즐겨 먹는다. 특히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와 된장을 주 식단으로 한다. 이 식재료는 칼로리가 낮다. 또한 지방도 적고,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다. 오키나와 주민은 아열대 기후라 저염분 식품을 먹는다. 소금에 절인 식품 섭취량이 적다. 식단에 약 60%를 채소로 채우는 자연식물식을 한다. 오키나와 주민은 ‘하라하치부(Hara Hachi Bu)’라 불리는 식습관이 있다. 음식을 먹다가 배에 80% 차는 포만감을 느끼면 식사를 멈춘다. 즉 소식한다. 소식(小食)은 비만을 줄이고,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게 한다. 장수 습관으로 과학적으로 입증된 방법이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건강한 식재료와 소식과 더불어 신체활동을 즐긴다. 산책, 정원 가꾸기 등 일상 속 신체활동을 늘린다. 신체활동(physical activity) 종류에는 직업적 신체활동, 여가 신체활동, 장소 이동 신체활동이 있다. 이중 직업적 신체활동은 농작물 수확, 집 청소 등을 말한다. 여가 신체활동은 시간을 내서 하는 신체활동으로 걷기, 테니스 등 흔히 말하는 운동이다. 장소 이동 신체활동은 자전거를 이용한 출퇴근, 도보 이동, 버스 및 지하철 환승 이동을 말한다. 여가 신체활동이 이상적이고 과학적으로 보이지만, 장수촌 중 특징은 직업적 신체활동, 여가 신체활동, 장소 이동 신체활동 등 가리지 않고 꾸준히 움직이고 활동한다는 점이다. 오키나와에는 ‘모아이(Moai)’라는 전통 네트워크가 있다. 친구나 이웃 간에 사회적 지원하며 경제적, 정서적 교류를 한다. 우리나라로 ‘상부상조’, ‘품앗이’와 같은 개념에 해당한다. 힘들고 어려울 때, 서로 도우며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가는 가치를 알 수 있다. 건강한 장수 습관 중 사람들과 어울리며 교류하는 사회적 연결에 해당한다. 요즘 오키나와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건강한 식습관인 전통 식단보다 서구 식단으로 유입으로 만성질환이 증가하고 있다. 평생 블루존은 없는 셈이다. 좋은 장수 습관을 유지해야 명맥을 유지할 수 있다. 오키나와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이가 좋은 식습관, 적절한 신체활동, 정기적인 사회적 교류를 통해 나만의 블루존 속에 살아가길 희망한다.
2024-11-29 11:08:36
최근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 출연한 100명의 셰프들의 행보가 종영 후에도 주목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급식대가' 이미영 셰프가 유명 셰프 못지않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미영 셰프는 얼마 전까지 한 초등학교에서 15년간 근무한 학교 급식 조리사다. 아들의 권유로 출연한 이 프로그램은 우리가 학교에서 만나왔던 급식조리사의 노동을 새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미슐랭 3스타 셰프의 추억을 소환하며, 손과 입이 멈출 수 없는 시식을 이끌어내고, 이미 대가로 인정받은 호텔 조리사와의 승부에서 당당히 이기는 모습은 드라마 그 자체였다. 예능 경연 도중에도 아이들의 성장과 건강을 위해 노력했다는 이미영 셰프의 발언은 감동적이다. 하지만 100인분 정도는 거뜬히 만들 수 있는 급식대가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요사이 아이들의 안전과 건강을 책임지는 급식 시스템 속에서, 정작 급식대가들의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급식대가들이 폐암과 폐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 지난 9월에도 충청북도에서 10년간 학교에서 근무한 조리실무사가 폐암 치료 도중 세상을 떠났다. 2023년 9월에 실시된 전국 학교급식 노동자 대상 폐 CT 검진 결과, 이상 소견자가 32.33%에 달했다. 이 중 폐암 확진자와 폐암 의심자는 총 379명이었다. 2024년 7월 기준 근로복지공단에 제출된 학교급식 노동자의 폐암 산재 신청은 169건이며, 이 중 143건이 승인되었다. 급식대가들이 폐암에 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폐암과 급식조리 노동은 언뜻 연관성이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급식조리 노동자들은 항상 폐암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고온에서 기름으로 튀김이나 볶음, 구이를 조리하는 과정과 조리 기구들의 기름때를 청소할 때 발생하는 조리흄이 원인이다. 조리흄은 '조리 매연'이라고도 불린다. 흄은 고온 상태에서 기체 분자가 되어 공기 중에 떠다니는 연기를 말한다. 음식을 높은 온도에서 조리할 때 각종 재료가 타면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조리흄은 입자의 지름이 100㎚(나노미터) 이하로 초미세먼지보다도 작다. 이런 조리흄을 흡입하면 기관지를 통해 폐포에 쌓이게 되며, 폐포에 쌓인 조리흄은 염증을 일으키고 이는 암으로 이어진다. 조리흄은 폐암을 일으키는 담배 연기와 같은 역할을 한다. 국제암연구소(IARC)가 발표한 2010년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조리흄에 많이 노출될수록 폐암 위험이 증가한다. 실제로 조리 시간이 한 시간 증가할 때마다 조리흄 등의 요인으로 인한 폐암 발생 위험이 17%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2019년 환경 연구 저널에 발표되었다. 조리흄으로 인한 폐암 예방법의 핵심은 환기다. 대만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공간에서는 폐암 확률이 22.7배 높아진다. 많은 급식조리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2023년 8월 산업안전보건공단은 <단체급식시설 환기에 관한 기술지침>을 마련했다. 이 지침을 통해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리흄을 외부로 배출하기 위한 환기설비 기준을 정하고 있다. 예를 들면 조리흄이 발생하는 조리기구에는 조리흄을 배출하기 위해 후드, 덕트, 배풍기 및 배기구로 구성된 국소 배기장치를 설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보통 배기 후드는 조리기구의 위쪽에 설치하는데, 지침은 후드의 흡입 방향은 급식조리 노동자의 호흡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급식조리 노동자와 반대 방향으로 하고, 후드 흡입구(기름필터)를 조리원 정면에서 최대한 멀리 설치하도록 정하고 있다. 위쪽 후드를 통해 조리흄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급식대가들의 조리흄을 흡입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 배기장치를 통해 외부로 빠져나가는 공기만큼 급식조리실 안으로 공기량을 보충해 주는 급기시설을 잘 설치해 배기가 잘 이루어지도록 정하고 있다.주로 지하에 위치하는 학교급식 조리실을 지하에서 지상으로 옮기는 것도 방법이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조리실이 올라오면 창문이나 출입문 등을 통해 환기가 용이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에 있는 107개 학교의 지하 급식실을 2028년까지 지상으로 이전하거나 환경을 개선한다고 한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이전이 어려운 급식실을 갖춘 67개 학교에는 예산 256억원을 투입해 환기시설 개선을 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서울시교육청은 2025년 급식실 환기 개선 예산의 76%를 삭감해 버렸다. 이는 급식시설의 환기 시스템이 급식조리 노동자들의 건강을 지키는 데 필수적이라는 점을 간과한 결정으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수백 명의 아이들에게 건강한 식사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조리흄과 조리 매연에 노출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급식대가들의 일터에 환기시설의 개선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조치로 여겨져야 한다. 급식조리 노동자들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건강하지 않은 조리 환경 속에서는 건강한 식사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급식조리실의 환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예산 삭감이 아닌 증액을 통해 안전하고 쾌적한 일터를 조성하는 데 힘써야 한다.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그리고 조리노동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환기시설 개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
2024-11-26 11:15:33
주위 사람에게 물었다. “인간은 몇 세까지 달리기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하고 말이다. 대부분 답변은 “70대까지는 달릴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과연 100세 이상 살면서 100세까지 달리기는 가능할까? 100세 이상 사람 중 42.195km 이상 달린 사람이 있을까? 그보다 10km라도 달린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다소 희망적인 질문이 더 빠를 수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100세 이상 사람 중 42.195km 마라톤을 완주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바로 1911년 출생으로 인도계 영국인인 파우자 싱(Fauja Singh)이다. 파우자 싱이 처음부터 잘 달렸던 건 아니다. 오히려 다섯 살까지 허약했다고 한다. 다리가 가늘고 약해서 심지어 잘 걷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에 달리기를 시작했고, 젊은 시절 아마추어 달리기 선수로까지 활동했다. 젊은 시절 이후 달리기는 하지 않고 지내다가 가족과 사별에 충격을 잊고자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기는 다시 시작한 나이가 89세였다. 이후 2000년 런던 마라톤에 출전했고, 93세인 2004년 6시간 54분에 마라톤 결승선을 통과했다. 90세 이상 세계 최고 기록이었다. 90세를 넘어 100세까지 대단한 기록이 이어진다. 100세 나이에 캐나다 토론토 달리기 대회에서 참가했다. 100m, 200m, 400m, 800m, 1,500m, 3,000m, 5,000m 종목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달릴 때마다 신기록이다. 100세 나이에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까지 시도한 사람이 없었기에 당연한 기록이었다. 하지만 어찌 보면 당연하지 않은 기록이다. 그는 2011년 10월 16일, 캐나다 토론토 워터프론트 마라톤 대회에서 100세 최초로 42.195km 마라톤을 완주했다.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경이롭다. 공식 기록은 8시간 25분 17초였다. 102세인 2013년 2월, 홍콩 마라톤에서 10km 달리기를 완주하며 은퇴했다. 이후로도 8km 달리기를 즐겼다고 한다. 파우자 싱은 인간의 100세 달리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위인이다. 5살까지 잘 걷지 못할 정도였고, 타고난 신체 조건이 아님에도 89세에 다시 달렸다. 그리고 100세에 42.195km풀 마라톤을 완주했고, 102세에 은퇴를 선언했다. 질병이나 신체적 문제가 아닌 자신의 선택으로 달리기를 멈췄다는 대목이 중요하다. 한 인터뷰에서 장수와 체력이 술, 담배를 끊고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한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녹색 채소, 생강, 카레를 즐겨 먹고, 차를 즐겨 마셨다. 또한 잠자리에 일찍 들었고, 신앙심도 깊고, 삶을 긍정적인 자세로 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수하는 사람이 흔히 갖는 좋은 생활습관을 몸소 실천하고 있었다. 달리기만 매일 한다고 해서 100세까지 달릴 수 없다. 파우자 싱은 건강관리를 위해 필요한 적절한 식습관, 수면, 신체활동 및 스트레스 관리 등을 꾸준히 실천했다. 좋은 생활습관이 장수로 가는 정공법이다.
2024-11-22 11:35:29
1999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방한 당시 큰 화제였다. 1883년 한국과 영국이 한‧영우호통상항해조약을 맺은 후, 영국 왕이 216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경북 안동 하회마을에서 73세 생일상을 받으며 축하받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후 고령 나이에도 반듯한 자세와 선명한 눈빛으로 영국 여왕으로서 활동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1926년 4월 21일부터 2022년 9월 8일까지 96세까지 살았다. 1952년 2월 6일부터 70년 214일까지 재위했다. 영국 역사상 가장 오래 재위했고, 전 세계적으로도 최장 재위한 여왕이었다. 1952년 25세의 나이로 여왕에 오르고, 왕성한 대내외 활동을 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누구나 아는 건강 습관을 철저히 지키며 장수했다. 첫째, 탄수화물을 먹지 않고 야채 등 채식 위주로 식사했다. 저녁 식사에 파스타, 감자, 쌀을 먹지 않았다. 과일, 채소를 주로 먹는 식사법을 자연식물식이라 한다. 자연식물식은 ‘동물성 식품, 식물성 기름(식용유), 설탕(정제당류)를 배제하거나 최소화한 식단(전체 칼로리의 5%를 넘지 않는 수준’을 말하며 보통 과일, 채소, 통곡물류로 구성한 식사법을 말한다. 자연식물식은 심혈관 질환, 2형 당뇨병, 비만 및 특정 유형의 암 예방 및 효과가 있다. 생애주기 모든 단계에서 안전하고 항염증 기능을 가진 대사 산물을 생성해 건강에 도움을 준다. 특히 섬유질과 폴리페놀 함량이 높은 음식은 장내 미생물군과 질병 관리에 이점이 있다1).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비롯해 장수한 사람의 식습관 중 자연식물식이 많다. 둘째, 하루 4끼를 먹으며 소식(小食)했다. 소식은 소화기관에 부담을 주지 않고, 세포의 자가포식을 돕는다. 40대 이후로 소화 기능이 떨어지기에 자연스럽게 소식한다. 중요한 건 꾸준히 소식을 한 경우에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에도 좋다. 우리 몸은 과식하거나 너무 굶는 등 급격한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일정량과 적당한 음식은 몸에 부담을 줄여준다. 셋째, 산책, 승마 등 신체활동을 꾸준히 했다. 신체활동과 운동에 앞서 비활동으로 불리는 좌식생활을 피했다고 한다. 여왕은 임관식 행사 때 1시간 반 동안 서 있기도 하고, 온종일 앉아 있지 않았다. 좌업생활(sedentary life)은 사망률과 심혈관 질환, 당뇨 등 만성질환을 심화시킨다. 오래 앉아서 생활하거나 움직이지 않으면 근육, 관절도 비활동으로 인해 약해지고 뻣뻣해진다. 자꾸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신체적 건강에 유익하다. 넷째, 금연과 절주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젊었던 시절에는 영국 사람들은 흡연을 즐겼다. 여왕의 아버지, 여동생도 흡연했다. 부군인 필립공은 결혼식 날 담배를 끊었다고 한다. 여왕이 술을 마실 때는 한 잔 정도만 마시고, 두 잔은 극히 드물었다. 나쁜 습관을 피하는 건 오래 좋은 습관보다 어렵다. 여왕은 평생 철저하게 나쁜 습관을 멀리했다. 다섯째, 보통 7시간 수면과 아침 7시 30분에 기상했다.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기상 시간은 신체리듬을 좋게 하고, 정신적 건강에 이롭다. 여섯째, 필립공과 좋은 결혼생활도 장수 비결로 꼽았다. 행복한 결혼생활은 장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들이 많다. 많은 사람과 대화하고, 왕실 업무도 왕성하게 활동했다. 꾸준한 사회적 교류도 장수 비결 중 하나이다. 이처럼 누구나 잘 알고 있는 건강한 생활습관을 지키고, 나쁜 생활습관을 멀리했다. 철저한 자기관리로 생전에 건강한 모습으로 많은 이들에게 귀감을 주었다. 질병으로 고생하지 않고, 죽기 전까지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사람에게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표본이 된다. 장수 비결은 어렵지 않다. 누구나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건강을 생활습관을 꾸준히 실천하면 사는 동안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1) Craig WJ, Mangels AR, Fresán U, Marsh K, Miles FL, Saunders AV, Haddad, EH, Heskey CE, Johnston P, Larson-Meyer E, Orlich M. The Safe and Effective Use of Plant-Based Diets with Guidelines for Health Professionals. Nutrients. 2021 Nov 19;13(11):4144.
2024-11-15 10:07:44
태양을 피하지 못한 산재 2023년 2월 피부암을 앓고 있던 옥외 노동자가 3년 2개월 만에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다. 산업재해를 유발한 직업환경요인은 바로 태양광, 특히 자외선으로 지목되었다. 햇볕으로 인해 피부암이 발생했고,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전국 최초의 사례였다. 재해 노동자는 오랜 기간동안 매일 뜨거운 햇볕 아래서 전봇대에 매달려 전기공사를 해왔다. 작업의 특성상 태양을 피해 쉬는 공간도 없다. 게다가 작업을 할 때는 높은 곳에 매달려 얼굴을 하늘로 향하게 해야 한다. 주로 어깨 위로 손을 뻗어 작업할 때가 많다. 두건이나 안전모가 일부를 가린다고 해도 얼굴로 내리쬐는 햇볕을 가릴 수는 없었다. 그러다 지난 2019년 얼굴에 좁쌀만 한 상처가 나고 피가 지혈되지 않는 증상이 나타났다. 병원을 찾았더니 기저세포암을 진단받았다. 이후 피부이식 수술을 받았다. 직업환경전문의와 상담한 결과 자외선에 오래 노출되어 기저세포암이 발병한다는 것 같다는 소견을 듣고 같은 해 12월 산재를 신청했다. 그리고 3년 2개월만에 산재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노동부는 옥외 근로자에 대해 특수 건강진단 시 대상 유해인자로 자외선 항목이 누락되지 않도록 건강 진단하도록 지시했다. 태양광에 주로 노출되는 직업환경에 있는 다른 노동자들도 구체적으로 명시되었다. 농부, 어부, 목부, 벽돌공, 건설노동자, 골프장관리인, 원예근로자, 조경사, 벌채공, 군인, 철도관리자, 도로관리자, 측량기사, 스키강습교사 등 특수건강진단을 꼭 받아야 할 야외작업 노동자로 지목되었다. 해당 노동자들은 특수건강진단을 받을 때 얼마나 햇볕이나 자외선이 나오는 인공광원에 노출되었는지 피부와 눈에 문진하고, 2차 검사 시 피부 면역글로불린 정량, 피부첩포시험, 피부단자시험, koh검사를 받고 눈은 세극등 현미경 검사 정밀안저검사, 정밀안압측정 안과진찰을 받게 된다. 자외선이 많은 일터 자외선(ultraviolet, UV)은 전자기파의 일종이다. 적당한 자외선 노출은 비타민 D를 생성시키며 기분을 상쾌하게 하거나, 살균 등 좋은 영향을 준다. 덕분에 자외선은 곳곳에서 점점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냄새나 잔재물 없이 간편하게 정수, 살균 기능을 활용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음식점이나 병원에서 그리고 각종 식품산업이나 특수 공업용으로 자외선이 활용된다. 먹는 물을 정수하거나 물놀이 공간에서도 양식장에서도 자외선을 사용한다. 최근에는 실내공기를 정화하거나, 실험연구, 미용산업(인공태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외선이 쓰이고 있다. 일터에 설치된 백열광, 수은등, 형광, 아크용접, 유리제조, 실험실, 기자재, 살균기 등등 인공적인 기계들이 자외선을 뿜어내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자외선 노출은 때로는 건강장해를 일으킨다. 피부에 노출되면 피부노화, 주름, 변색, 화상 등의 질병을 일으킬 수 있고, 눈에 노출되면 결막염이나 피부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국제암연구소는 장시간 노출될 경우 자외선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법도 자외선을 유해광선,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물리적 인자로 구분하고, 자외선에 노출되는 노동자는 특수건강진단을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특수건강진단 대상 유해인자에 자외선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그동안 그 범위가 주로 인공광선에 자주 노출되는 용접공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사건이 인정되고 나서야 태양을 피할 수 없는 노동자들에게 특수건강진단 대상이 확대된 것이다. 자외선을 차단하자 호주, 미국 등 백인종이 많은 나라의 경우 자외선 노출에 의한 피부암이 사회적 이슈로 다뤄지고 있다.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들이 피부암을 앓고 있다는 뉴스도 자주 보인다. 많은 국가는 주기적으로 자외선지수(UV index)를 발표하고 자외선 지도를 그려 위험성을 홍보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자외선의 과다한 노출을 방지하기 위한 5가지 방법을 알려 건강장해를 예방하고 있다. 1. 긴팔 옷을 착용할 것2. 선크림(SPF30+ 이상인 것)을 매 2시간마다 바를 것3. 모자를 쓸 것 4. 그늘을 찾아갈 것 5. 선글라스를 착용할 것(용접작업이나 자외선을 방출하는 인공광원이 있는 경우 보안경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사람들은 여름이 되면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 선크림을 바른다. 무더운 여름 뜨거운 뙤약볕이 있고서야 자외선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다. 물론 태양과 가까운 여름에 그 강도가 거세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외선은 모든 계절 우리 곁에 있다. 매일 태양 밑에서 일하는가? 태양광이 가득한 사무실이나 공간에서 일하고 있는가? 또는 자외선을 활용해 일하는가? 그렇다면 반드시 옷이나 모자, 선글라스나 보안경으로 자외선을 피해야 한다. 또 가릴 수 없는 피부에 반드시 선크림을 매일 바르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함께 일하는 노동자들이 야외에서 일하거나 자외선에 노출된 위험이 있는 일터라면 선크림을 주기적으로 배부하고 바를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또 인공광원의 정도에 따라 보안경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2024-11-12 11:13:26
영국 BBC의 인기 드라마 <셜록>의 주인공 셜록 홈즈는 명탐정이다. 본래 아서 코난 도일의 추리 소설 속에서 19세기 말 영국을 배경으로 활약하는 가상의 인물이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현대 사회에 등장하는 인물처럼 그려져 더욱 인기를 끌었다. 소설과 드라마 모두에서 셜록 홈즈는 뛰어난 관찰력과 누구보다 빠른 두뇌 회전을 바탕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특히, 추리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의 복장이나 손과 발의 상태, 생활 습관들을 스캔하며 직업을 알아내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다. 드라마 주인공 셜록은 <추론의 과학>이라는 웹사이트를 운영한다. 그 사이트에서 넥타이와 왼손 엄지를 보고 소프트웨어 디자이너와 파일럿인 것을 알 수 있다는 글이 게재했다는 사실이 언급된다. 그리고 또 다른 주인공인 왓슨이라는 인물을 처음 만났을 때 얼굴과 다리, 말투를 보고 군 복무 경력을 단숨에 알아내는 모습이 나온다. 처음 본 사람도 옷차림과 동작, 자세 등을 관찰하고 직업은 물론 현재 고민까지 알아맞춘다. 정말 한눈에 보고도 직업을 알아낼 수 있을까? 어떻게 넥타이를 보고 소프트웨어 디자이너인지 왼손 엄지를 보고 파일럿인지 알아볼 수 있는지 설명되지 않지만 공감가는 부분이 있다. 특정한 일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상당 부분 닮아 있다. 생활 습관이나 복장, 동작과 자세 그리고 나아가 체형이나 건강 상태마저 비슷한 경우가 많다. 17세기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베르나디노 라마치니(Bernardino Ramazzini, 1633~1714)는 마치 셜록과 같은 의사였다. 그는 의학 공부를 시작한 뒤로 줄곧 노동자들이 겪는 질병에 큰 관심을 가졌는데, 다른 의사들과 다른 점이 있었다. 환자로 찾아온 노동자들의 일터를 직접 찾아가고, 그리고 일하는 모습을 면밀하게 관찰했다는 점이다. 직업을 통해 건강을 살펴보았다. 직업을 보면 건강이 보인다. 예를 들면, 진료를 위해 라마치니를 찾은 제빵사들은 모두 한결같이 다리가 휘어 있었다. 라마치니는 제빵사들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일터를 찾았다. 제빵사들이 허리 아래 높이의 두꺼운 판자나 탁자 위에서 반죽을 하고 있었다. 매일 엄청난 양의 밀가루 반죽을 떨어뜨리고 들어 올리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었다. 팔의 힘을 다해 반죽을 탁자에서 떼어내고, 무릎으로 눌러가며 반죽을 뒤집는 동작을 반복했다. 라마치니는 이러한 반복적인 과정이 제빵사들의 무릎 관절에 무리를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 다리가 바깥으로 휘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편 항구에서 화물을 싣고 내리는 항만 노동자들은 한결같이 라운드 숄더를 가지고 있었다. 항구를 찾아 그들이 일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항만 노동자들은 몸을 똑바로 세우기보다 가슴과 어깨를 움츠리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무거운 짐을 나르기 쉽다고 말했다. 항만에서 오래 일한 노동자일수록 어깨가 움츠려져 있었다. 무거운 짐과 작업의 속도, 일의 요령이 라운드 숄더(안으로 굽은 어깨)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라마치니는 이런 방식으로 일터를 관찰하고,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52~56개 직종의 노동자들을 관찰하고, 그들이 호소하는 통증과 질병을 연구하여 《노동자의 질병(De Morbis Artificum Diatriba)》을 저술했다. 연구의 결론은 선명했다. 특정 일을 하면 그로 인해 일하는 사람이 아플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직업을 통해 건강을 이해하는 것은 단순한 관찰을 넘어, 개인의 삶과 사회 전반에 걸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셜록 홈즈와 라마치니의 사례는 직업이 개인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직업은 생계의 수단일 뿐만 아니라, 개인의 정체성과 건강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다양한 직업 환경을 이해하고 그에 따른 건강 문제를 인식함으로써, 서로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안전한 일터만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기초가 된다고 믿는다. 직업을 보면 건강이 보인다. 직업을 통해 건강을 살펴보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마치 셜록 홈즈나 라마치니처럼 우리 가족의 일터와 우리 이웃의 일터를 살펴봐야 한다. 안전하지 않은 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가족이 결코 행복할 수 없다. 안전하지 않은 일터에서 만들어지는 제품이 소비자에게도 안전할 수 없다. 결국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것이 우리 모두의 건강과 삶의 질을 결정할 것이다.
2024-11-09 22:12:54
프랑스인 잔 루이스 칼망(Jeanne Louise Calment)은 1875년 2월 21일부터 1997년 8월 4일까지 무려 122세를 살았다. 당시 프랑스 여성 평균 수명은 45세였다. 잔 칼망은 공식적으로 입증된 기록상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분으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올랐다. 100세를 훌쩍 넘어 건강하게 오래 살아 더 화제였다. 보통 장수한 사람은 건강한 습관이 눈에 띈다. 물론 잔 칼망 역시 건강한 습관도 있지만 건강에 다소 해로운 습관이 있어 주목받는다. 잔 칼망은 112세부터 흡연했다. 21세부터 담배를 피웠다는 기록도 있다. 생전에 잔 칼망의 장수 비결을 연구했던 장 마리 로빈 박사(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에 의하면 젊은 시절 담배를 접했던 건 사실이지만 건강에 좋지 않아 끊었다고 한다. 112세에 심폐 기능이 약할 나이인데 담배를 피웠다는 사실에 놀랍다. 하지만 잔 칼망은 무려 10년 뒤인 122세까지 살았다. 잔 칼망은 디저트로 맵고 짠 음식을 즐겼다. 튀긴 음식도 즐겼다고 하니 상식적으로 나쁜 음식이 건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 건강은 어느 하나 습관이 좋거나 나쁘다고 바로 문제가 되진 않기 때문이다.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 모두 누적되고 쌓여서 어느 순간 발현된다. 매일 아침은 커피 1~2잔을 마시고, 일주일에 초콜릿을 1kg 정도 먹었다. 고기도 즐기고, 매일 와인도 한 잔 마셨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며 살았던 잔 칼망은 나쁜 습관만 있었을까? 그렇지 않다. 식습관 중 장수 습관으로 입증된 단식을 했다. 저녁에 단식했고, 아침은 커피 1~2만 마셨다. 단식은 고혈압, 대사증후군, 비만 개선 효과가 있다. 수명 연장에도 도움이 된다. 간헐적 단식은 전 세계적으로도 많이 하는 다이어트 방법 중 하나다. 단식은 몸에서 자가포식(autophagy) 촉매 역할을 한다. 자가포식은 세포가 불필요한 세포 구성 성분을 스스로 파괴하는 과정을 말한다. 세포는 영양소가 결핍될 때 불필요하거나 노화된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분해하고 아미노산을 만들어 건강한 세포를 촉진하며 청소한다. 한 마디로 자가포식은 세포 회복으로 장수 요인이 된다. 무엇을 먹는지도 중요하지만, 언제 어떻게 먹는지도 중요한 이유이다. 장 마리 로빈 박사는 잔 칼망의 건강 습관을 연구하고 장수 비결을 꼽았다. 첫째, 잔 칼망은 경제적으로 부유했다. 부르주아 가문에서 부잣집 딸로 태어나 요리, 예술, 무용 등 개인 수업을 받았다. 두 번째, 경제적 여유를 바탕으로 활발한 사교 모임을 했다. 사회적 연결, 즉 사람들과 교류를 장수 습관 중 하나로 꼽힌다. 85세에 펜싱을 시작하고, 110세까지 자전거를 탔다. 평소 활달하고 신체적으로도 건강했다는 대목이다. 타고난 체력도 있겠지만 새로운 스포츠를 85세에 시작하는 의지와 110세까지 자전거를 타며 신체 건강을 유지했다. 종합하면 잔 칼망은 타고난 장수 유전자와 체력, 경제적 부유함, 사교적인 활동, 신체활동, 단식 등의 생활습관을 바탕으로 122세 삶을 살았다. 역사 속 인물인 네덜란드 후기 인상파 화가인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를 만난 일화를 가진 잔 칼망. 아마도 122세 최장수 장수 기록은 언젠가 깨질지 모르지만, 오랫동안 회자할 것이다.
2024-11-08 11:19:40
영조는 조선 제21대 왕(1694~1776)이다. 조선시대 왕 중 최장수 왕으로 81세까지 살았다. 조선시대 왕 평균 수명은 46세이고, 당시 사람들의 평균 수명은 40세 전후였다. 영조는 1724년 즉위해 1776년까지 52년 동안 재위했다. 영조는 탕평책, 균역법, 금주령, 신문고 부활 등 정치•경제 정책을 펼쳤다. 사도세자 비극 등 역사적으로 조명을 많이 받는 왕이기도 하다. 『영조실록』과 『승정원일기』에 의하면 영조는 어렸을 때 허약 체질이었다. 허약 체질이어서 건강에 더 신경을 썼을까? 영조는 금욕 절제한 왕으로 표현했다. 영조 후궁인 영빈 이씨가 “스스로 먹는 것이 너무 박해서 늙으면 반드시 병이 생길 것”이라며 걱정할 정도였다. 하지만 영조는 걱정했던 영빈 이씨보다 오래 살았다. 영조의 장수 비결은 식습관에서 찾았다. 첫 번째로 영조는 소식(小食)하고 규칙적인 식사를 했다. 영조는 원래 하루 다섯 번 식사했는데 세 번으로 줄였다. 하루 세 번 식사는 제철 채소 위주로 고집했다. 현미, 보리, 흑미, 수수, 콩 등 잡곡밥을 먹었다. 시금치, 김치, 청경채와 같은 채소와 고추장을 즐겨 식사했다. 밥에 물 말아 간장을 찍어 먹기도 했고, 기름지고 찬 음식을 피했다. 좋은 식습관과 함께 회의 중에도 식사 시간이 되면 꼭 맞춰 음식을 먹을 정도로 규칙적인 식사를 했다. 현대에도 소식(小食)은 장수 비결 중 과학적으로 입증된 방법이다. 칼로리 제한(calorie restriction)으로도 불린다. 칼로리 제한은 체지방, 혈압, 안정 시 심박수 저하, 지질 이상 개선 효과가 있다. 칼로리 제한 연구는 1900년 초부터 시작되어 100년이 훌쩍 넘은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칼로리 제한은 다양한 실험, 연구를 통해 노화를 지연시키고 건강수명을 연장한다고 밝혀졌다. 칼로리 제한은 수명 연장과 건강 증진 효과가 밝혀진 4가지 기전이 있다. 첫째, 칼로리 제한 시 서투인(sirtuin) 효소가 활성화된다. 서투인은 항산화 방지 기전을 증가시켜 세포자멸사(apoptosis)를 억제해 장수가 가능케 한다는 기전이다. 둘째, 인슐린 유사 성장 호르몬(insulin like growth factor, IGF)/인슐린 신호를 억제한다. 셋째, 포유류 라파마이신 표적 단백(mammalian target of rapamycin, mTOR)을 억제한다. 마지막으로 케톤체를 상승하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다는 기전이다. 이러한 칼로리 제한의 4가지 기전은 장수 관련 유전자를 발현해 장수가 가능하다는 기전이다1). 이렇듯 소식(小食)은 분자생리학적 기전으로 건강 증진 및 수명 연장 효과가 있다. 소식(小食)은 소화기관 부담을 줄인다. 과식은 위장에 무리를 준다. 특히 기름진 육식은 채소, 과일과 같은 채식보다 소화 시간이 길다. 육식은 약 12~72시간까지 소화 시간이 걸리고, 채식은 30분이면 소화된다. 영조는 기름지고 찬 음식을 피하면서 위장의 부담을 줄이는 소화기관이 좋아하는 식습관이었다. 또한 규칙적인 식사를 통해 소화기관이 일하기 좋은 신체 상태를 유지했다. 불규칙한 식사는 위장이 적응하지 못하고 과하게 일하게 만든다. 두 번째 영조의 장수 비결은 술을 멀리했다. 즉위하고 나서 금주령을 내렸을 정도다. 음주는 백해무익하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기관인 국제 암연구소는 알코올을 1급 발암물질로 발표했다. 알코올은 분해할 때 분해 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 성분이 생긴다. 아세트알데히드는 활성산소를 생성하고, 활성산소는 DNA를 파괴해 암을 유발할 수 있다. 금주가였던 영조는 장수했고, 손자인 정조는 애주가였는데 48세(1972~1800)까지 살았다. 세 번째 영조의 건강 비결은 건강 상태를 자주 살폈다. 52년 재위 동안 어의 검진을 7,284회 받았다. 사흘에 한 번에 해당한다. 좋은 식습관과 술을 멀리하고, 최고의 의료진에게 사흘에 한 번 건강 상태를 살피게 했다. 몸 상태에 따라 좋은 약재와 음식으로 몸을 보호했을 테다. 역시 건강관리는 신경 써서 실천한 만큼 돌아온다. 조선시대나 현대나 장수 방법과 건강수명을 늘리는 방법은 일맥상통한다. 좋은 음식을 가까이하고, 나쁜 음식을 멀리하는 방법, 시대가 변해도 한결같은 건강법이다.참고 문헌1) Japan Society of Anti-Aging Medicine 저, 『안티에이징 의학의 기초와 임상 제3판』, 군자출판사, 2019
2024-11-01 10:08:27
하루의 절반 이상을 일터에서 보낼 때였다. 처음 허리 디스크를 앓게 되었다. 한번도 생각지도 못한 통증에 아찔함을 느꼈다. 119 구급차에 실려 가는 동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수많은 생각들이 지나갔다. 그리고 이런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막막함이 밀려왔다. ‘이해는 경험에서 온다’는 말처럼, 상담을 하거나 여러 일터에 찾아갈 때 통증을 겪는 사람들을 살펴보게 된다. 출퇴근하는 길이나 편의점, 식당에서도 일하는 사람들의 아픔이 눈에 들어온다. 당장 고개만 돌려도 모니터를 한창 바라보다 일어서는 동료 노동자의 뻣뻣한 목과 구부정하고 뭉친 어깨가 보인다. 점심시간 식당에서는 위태롭게 무거운 국밥 그릇이 가득한 쟁반을 서빙 하는 노동자의 손목과 팔꿈치가 함께 욱신거린다. 주기적으로 쑤시는 허리, 무거운 짐들을 가득 든 채 계단을 오르내리며 택배 노동자의 살짝 기울어진 골반과 무릎이 눈에 선하다. 친절한 미소 아래 종일 서서 일하느라 부어있을 백화점이나 마트 노동자의 종아리와 발목 등 일하는 모습을 바라보면 다양한 통증들이 눈에 밟힌다. 그러다 때로는 용기를 내어 물어보기도 한다. 아프지 않으세요? 대부분이 아파도 어쩔 수 없다고 답한다. 어쩔 수 없다고 말하기에 생각보다 아픈 일터는 치명적이다. 근골격계 통증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통증과 통증 유발 원인들이 많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통증이 일단 발생하고 나면 일을 제대로 수행하기가 어렵다. 때로는 일을 영원히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22년 산업재해 치료를 마친 12만명 중 절반이 원래 직장으로 복귀하지 못했다. 더 심각한 것은 일터의 통증이 일상을 지탱하는 힘을 앗아간다는 것이다. 일상에서 작은 스트레스조차 견디기 힘들어지고, 쉽게 피로를 느끼며 우울해진다. 실제로 대한통증학회는 만성통증 환자 1만 2천명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10명 중 6명은 수면장애를 겪고 있고, 4명은 자살 충동을 느끼고 있고 3명은 경제활동에 지장이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아픈 일터는 모두를 아프게 만든다.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가족이다. 가족들은 아픈 사람이 겪는 통증과 어려움을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하게 된다. 일상적인 활동에 제약이 생길수록 가족들은 함께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물리적으로 정서적으로 아픈 당사자 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일상도 함께 힘들어진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일을 지시하는 회사나 고객에게도 손해가 발생한다. 아픈 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근태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각이나 결근이 잦아지고, 결근 일수가 길어진다. 작업이나 개인의 삶의 질이 낮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더 나은 생산성이나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기업의 보상이나 대처 비용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아픈 일터가 치러야 하는 대가는 때론 너무 크고, 예측하기 어렵다. 2015년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주요 근골격계 질환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비용이 연간 4조 449억 원에 달한다. 아픈 일터는 모두에게 불행일 수밖에 없다 누구도 아프지 않는 일터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만 일터의 통증을 살피고 줄여야 한다. 마치 어린 아이를 키우는 집처럼 세심하게 돌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집 곳곳에 위험요인을 기어코 찾아내듯, 일터에서 통증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는 앞으로 직업환경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무심히 지나쳤던 문턱과 집 곳곳의 모서리를 찾아 점검하고 살펴야 한다. 작업공간과 작업대 등 곳곳을 살필 필요가 있다. 다치기 쉬운 물건들은 치워내고, 모서리에는 부딪혀도 다치지 않도록 스펀지를 부착하고, 문턱은 없애고 딱딱한 바닥에 부드러운 매트리스를 설치하는 것처럼 일터 곳곳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 이상 아픈 일터가 우리 모두를 아프게 해서는 안된다.
2024-10-29 14:25:47
장수왕은 고구려 제20대 왕(394~491)이다. 무려 97세까지 살았다. 오래 장수한 까닭에 시호가 '장수왕'(長壽王)이었다. 장수왕은 412년 왕에 올라 491년까지 79년 동안 재위했다. 장수왕 재위 기간은 고구려 최전성기였고, 남진 정책을 펼쳐 한반도로 영토를 더 넓혔다. 1955년 한국인 기대수명이 49.1세였다. 2022년 기준 한국인 기대수명은 82.7세이다(통계청). 약 1,500년 전 태어난 장수왕 수명이 현대의학이 발전된 현재 한국인 기대수명보다 높다. 장수왕은 긴 재위 기간만큼 왕위에 올라 크고 많은 일이 많았을 텐데 그 시대에 어떻게 오래 살 수 있었을까? 첫 번째는 고구려인 주식에서 찾을 수 있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 의하면, 고구려인은 보리, 조, 콩, 수수 같은 곡류가 주식이었다. 흰쌀밥이 아닌 잡곡밥을 먹은 셈이다. 잡곡밥은 복합 탄수화물이다. 복합 탄수화물은 분해 과정이 오래 걸린다. 복합 탄수화물은 효소 작용을 통해 화학 결합을 분해한다. 포도당 흡수를 늦추고 혈당 증가가 급격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잡곡밥은 포만감을 높여 과식을 막을 수 있다. 현대인이 흔히 먹는 흰쌀밥은 정제 곡물로 단순 탄수화물이다. 단순 탄수화물은 분자 구조상 빠르고 쉽게 분해가 된다. 분해가 빠른 만큼 혈당을 빠르게 올려 인슐린 분비를 늘린다. 노화로 대사 과정이 떨어지면 당뇨, 비만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삼국사기에 고구려 초기부터 꾸준히 천금채(상추) 같은 채소류가 재배되었고, 매실, 복숭아, 자두, 배 등 과실류를 섭취했다고 서술했다. 고구려인은 소, 말, 돼지, 닭을 가축으로 키웠는데, 주로 육류 공급은 돼지, 닭을 통해서였다. 장수왕의 식단을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고구려인의 식생활을 통해 장수왕의 식습관을 유추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장수왕은 건강관리에 신경을 많이 썼다. 삼국사기에 장수왕은 한 달 평균 11.7번 건강 검진을 받았다. 다른 왕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건강 검진이었다. 평소 건강에 깊은 관심과 예방과 치료에 힘썼음을 알 수 있다. 현대에도 잔병이 많아 병원에 자주 가는 사람이 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한다. 평소 몸이 안 좋은 느낌을 스스로 받았는데도 병원에 안 가서 병을 키우는 사례가 많다. 뒤늦게 병원에 갔더니 손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슬픈 상황이 생긴다. 현대의학에 장점이자 단점을 꼽자면 검진으로 인한 질병 조기 발견이다. 검사로 병을 알아내 발생률은 높아졌고, 치료율도 높아졌다. 대부분 질환은 초기에 발견할수록 처치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장수왕은 건강에 대한 중요성을 알고 건강 검진을 통해 예방관리를 실천했다. 건강 검진을 자주 받는 기록을 보며,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건강관리를 했을 테다. 우리는 적절한 식습관, 정기적인 신체활동, 스트레스 관리, 충분한 수면, 술, 담배 등 유해물질 비사용 및 사회적 교류와 같은 생활습관이 백세시대 건강관리 및 질병 예방법임을 안다. 상식적으로도 접할 수 있는 건강법이다. 머리로는 알지만, 실천은 어렵다. 실천이 어렵기에 누군가는 만성질환으로 백세시대 근처에 가지 못한다. 100세를 사는 기대수명보다 중요한 건 건강수명을 기대수명만큼 늘리는 일이다. 건강수명까지 늘리며 오래 사는 사람은 건강관리를 최우선으로 생활한다. 은퇴하고 노후 일상은 건강에 초점을 맞춘다. 건강관리 다음에 소일거리를 찾아 재미를 늘린다. 건강을 먼저 생각하고 실천하는 과정이 건강수명을 늘리는 장수법이다. 평소 건강을 과신하지 않고 생애 주기를 고려해 건강을 보살피는 여유가 필요하다. 장수왕처럼 살기 위해 백세시대에 필요한 건 바른 생활습관을 실천하는 백세습관이다.
2024-10-25 13:0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