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존(Blue Zone)은 주민 평균 수명이 유난이 긴, 장수촌을 말한다. 블루존은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댄 뷰트너(Dan Buettner)가 처음 정의한 개념이다. 5대 블루존 지역으로 일본 오키나와, 이탈리아 사르데냐, 코스타리카 니코야 반도, 그리스 이카리아섬, 미국 로마린다를 꼽는다. 블루존 주민은 100세 이상 장수 인구가 많다. 그 지역 주민들이 특히 오래 살아가는 것도 놀랍지만, 만성질환 발병률이 낮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특징이 있다. 아시아에서 유일한 블루존인 일본 오키나와는 일 년 내내 온화한 날씨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휴양지로 유명하다. 온난한 기후는 건강과 장수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상에서도 지인 중 무릎 퇴행성 관절염이 있는 80대 여성은 겨울이면 따뜻한 하와이를 찾아 수개월 동안 머무른다. 하와이만 가면 무릎이 덜 아프고, 활동하기 좋다고 한다. 오키나와 주민은 전통 식단으로 고구마, 죽순, 무, 콩류, 생선, 해조류를 즐겨 먹는다. 특히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와 된장을 주 식단으로 한다. 이 식재료는 칼로리가 낮다. 또한 지방도 적고,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다. 오키나와 주민은 아열대 기후라 저염분 식품을 먹는다. 소금에 절인 식품 섭취량이 적다. 식단에 약 60%를 채소로 채우는 자연식물식을 한다. 오키나와 주민은 ‘하라하치부(Hara Hachi Bu)’라 불리는 식습관이 있다. 음식을 먹다가 배에 80% 차는 포만감을 느끼면 식사를 멈춘다. 즉 소식한다. 소식(小食)은 비만을 줄이고,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게 한다. 장수 습관으로 과학적으로 입증된 방법이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건강한 식재료와 소식과 더불어 신체활동을 즐긴다. 산책, 정원 가꾸기 등 일상 속 신체활동을 늘린다. 신체활동(physical activity) 종류에는 직업적 신체활동, 여가 신체활동, 장소 이동 신체활동이 있다. 이중 직업적 신체활동은 농작물 수확, 집 청소 등을 말한다. 여가 신체활동은 시간을 내서 하는 신체활동으로 걷기, 테니스 등 흔히 말하는 운동이다. 장소 이동 신체활동은 자전거를 이용한 출퇴근, 도보 이동, 버스 및 지하철 환승 이동을 말한다. 여가 신체활동이 이상적이고 과학적으로 보이지만, 장수촌 중 특징은 직업적 신체활동, 여가 신체활동, 장소 이동 신체활동 등 가리지 않고 꾸준히 움직이고 활동한다는 점이다. 오키나와에는 ‘모아이(Moai)’라는 전통 네트워크가 있다. 친구나 이웃 간에 사회적 지원하며 경제적, 정서적 교류를 한다. 우리나라로 ‘상부상조’, ‘품앗이’와 같은 개념에 해당한다. 힘들고 어려울 때, 서로 도우며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가는 가치를 알 수 있다. 건강한 장수 습관 중 사람들과 어울리며 교류하는 사회적 연결에 해당한다. 요즘 오키나와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건강한 식습관인 전통 식단보다 서구 식단으로 유입으로 만성질환이 증가하고 있다. 평생 블루존은 없는 셈이다. 좋은 장수 습관을 유지해야 명맥을 유지할 수 있다. 오키나와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이가 좋은 식습관, 적절한 신체활동, 정기적인 사회적 교류를 통해 나만의 블루존 속에 살아가길 희망한다.
2024-11-29 11:08:36
주위 사람에게 물었다. “인간은 몇 세까지 달리기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하고 말이다. 대부분 답변은 “70대까지는 달릴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과연 100세 이상 살면서 100세까지 달리기는 가능할까? 100세 이상 사람 중 42.195km 이상 달린 사람이 있을까? 그보다 10km라도 달린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다소 희망적인 질문이 더 빠를 수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100세 이상 사람 중 42.195km 마라톤을 완주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바로 1911년 출생으로 인도계 영국인인 파우자 싱(Fauja Singh)이다. 파우자 싱이 처음부터 잘 달렸던 건 아니다. 오히려 다섯 살까지 허약했다고 한다. 다리가 가늘고 약해서 심지어 잘 걷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에 달리기를 시작했고, 젊은 시절 아마추어 달리기 선수로까지 활동했다. 젊은 시절 이후 달리기는 하지 않고 지내다가 가족과 사별에 충격을 잊고자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기는 다시 시작한 나이가 89세였다. 이후 2000년 런던 마라톤에 출전했고, 93세인 2004년 6시간 54분에 마라톤 결승선을 통과했다. 90세 이상 세계 최고 기록이었다. 90세를 넘어 100세까지 대단한 기록이 이어진다. 100세 나이에 캐나다 토론토 달리기 대회에서 참가했다. 100m, 200m, 400m, 800m, 1,500m, 3,000m, 5,000m 종목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달릴 때마다 신기록이다. 100세 나이에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까지 시도한 사람이 없었기에 당연한 기록이었다. 하지만 어찌 보면 당연하지 않은 기록이다. 그는 2011년 10월 16일, 캐나다 토론토 워터프론트 마라톤 대회에서 100세 최초로 42.195km 마라톤을 완주했다.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경이롭다. 공식 기록은 8시간 25분 17초였다. 102세인 2013년 2월, 홍콩 마라톤에서 10km 달리기를 완주하며 은퇴했다. 이후로도 8km 달리기를 즐겼다고 한다. 파우자 싱은 인간의 100세 달리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위인이다. 5살까지 잘 걷지 못할 정도였고, 타고난 신체 조건이 아님에도 89세에 다시 달렸다. 그리고 100세에 42.195km풀 마라톤을 완주했고, 102세에 은퇴를 선언했다. 질병이나 신체적 문제가 아닌 자신의 선택으로 달리기를 멈췄다는 대목이 중요하다. 한 인터뷰에서 장수와 체력이 술, 담배를 끊고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한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녹색 채소, 생강, 카레를 즐겨 먹고, 차를 즐겨 마셨다. 또한 잠자리에 일찍 들었고, 신앙심도 깊고, 삶을 긍정적인 자세로 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수하는 사람이 흔히 갖는 좋은 생활습관을 몸소 실천하고 있었다. 달리기만 매일 한다고 해서 100세까지 달릴 수 없다. 파우자 싱은 건강관리를 위해 필요한 적절한 식습관, 수면, 신체활동 및 스트레스 관리 등을 꾸준히 실천했다. 좋은 생활습관이 장수로 가는 정공법이다.
2024-11-22 11:35:29
1999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방한 당시 큰 화제였다. 1883년 한국과 영국이 한‧영우호통상항해조약을 맺은 후, 영국 왕이 216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경북 안동 하회마을에서 73세 생일상을 받으며 축하받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후 고령 나이에도 반듯한 자세와 선명한 눈빛으로 영국 여왕으로서 활동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1926년 4월 21일부터 2022년 9월 8일까지 96세까지 살았다. 1952년 2월 6일부터 70년 214일까지 재위했다. 영국 역사상 가장 오래 재위했고, 전 세계적으로도 최장 재위한 여왕이었다. 1952년 25세의 나이로 여왕에 오르고, 왕성한 대내외 활동을 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누구나 아는 건강 습관을 철저히 지키며 장수했다. 첫째, 탄수화물을 먹지 않고 야채 등 채식 위주로 식사했다. 저녁 식사에 파스타, 감자, 쌀을 먹지 않았다. 과일, 채소를 주로 먹는 식사법을 자연식물식이라 한다. 자연식물식은 ‘동물성 식품, 식물성 기름(식용유), 설탕(정제당류)를 배제하거나 최소화한 식단(전체 칼로리의 5%를 넘지 않는 수준’을 말하며 보통 과일, 채소, 통곡물류로 구성한 식사법을 말한다. 자연식물식은 심혈관 질환, 2형 당뇨병, 비만 및 특정 유형의 암 예방 및 효과가 있다. 생애주기 모든 단계에서 안전하고 항염증 기능을 가진 대사 산물을 생성해 건강에 도움을 준다. 특히 섬유질과 폴리페놀 함량이 높은 음식은 장내 미생물군과 질병 관리에 이점이 있다1).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비롯해 장수한 사람의 식습관 중 자연식물식이 많다. 둘째, 하루 4끼를 먹으며 소식(小食)했다. 소식은 소화기관에 부담을 주지 않고, 세포의 자가포식을 돕는다. 40대 이후로 소화 기능이 떨어지기에 자연스럽게 소식한다. 중요한 건 꾸준히 소식을 한 경우에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에도 좋다. 우리 몸은 과식하거나 너무 굶는 등 급격한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일정량과 적당한 음식은 몸에 부담을 줄여준다. 셋째, 산책, 승마 등 신체활동을 꾸준히 했다. 신체활동과 운동에 앞서 비활동으로 불리는 좌식생활을 피했다고 한다. 여왕은 임관식 행사 때 1시간 반 동안 서 있기도 하고, 온종일 앉아 있지 않았다. 좌업생활(sedentary life)은 사망률과 심혈관 질환, 당뇨 등 만성질환을 심화시킨다. 오래 앉아서 생활하거나 움직이지 않으면 근육, 관절도 비활동으로 인해 약해지고 뻣뻣해진다. 자꾸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신체적 건강에 유익하다. 넷째, 금연과 절주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젊었던 시절에는 영국 사람들은 흡연을 즐겼다. 여왕의 아버지, 여동생도 흡연했다. 부군인 필립공은 결혼식 날 담배를 끊었다고 한다. 여왕이 술을 마실 때는 한 잔 정도만 마시고, 두 잔은 극히 드물었다. 나쁜 습관을 피하는 건 오래 좋은 습관보다 어렵다. 여왕은 평생 철저하게 나쁜 습관을 멀리했다. 다섯째, 보통 7시간 수면과 아침 7시 30분에 기상했다.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기상 시간은 신체리듬을 좋게 하고, 정신적 건강에 이롭다. 여섯째, 필립공과 좋은 결혼생활도 장수 비결로 꼽았다. 행복한 결혼생활은 장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들이 많다. 많은 사람과 대화하고, 왕실 업무도 왕성하게 활동했다. 꾸준한 사회적 교류도 장수 비결 중 하나이다. 이처럼 누구나 잘 알고 있는 건강한 생활습관을 지키고, 나쁜 생활습관을 멀리했다. 철저한 자기관리로 생전에 건강한 모습으로 많은 이들에게 귀감을 주었다. 질병으로 고생하지 않고, 죽기 전까지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사람에게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표본이 된다. 장수 비결은 어렵지 않다. 누구나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건강을 생활습관을 꾸준히 실천하면 사는 동안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1) Craig WJ, Mangels AR, Fresán U, Marsh K, Miles FL, Saunders AV, Haddad, EH, Heskey CE, Johnston P, Larson-Meyer E, Orlich M. The Safe and Effective Use of Plant-Based Diets with Guidelines for Health Professionals. Nutrients. 2021 Nov 19;13(11):4144.
2024-11-15 10:07:44
프랑스인 잔 루이스 칼망(Jeanne Louise Calment)은 1875년 2월 21일부터 1997년 8월 4일까지 무려 122세를 살았다. 당시 프랑스 여성 평균 수명은 45세였다. 잔 칼망은 공식적으로 입증된 기록상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분으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올랐다. 100세를 훌쩍 넘어 건강하게 오래 살아 더 화제였다. 보통 장수한 사람은 건강한 습관이 눈에 띈다. 물론 잔 칼망 역시 건강한 습관도 있지만 건강에 다소 해로운 습관이 있어 주목받는다. 잔 칼망은 112세부터 흡연했다. 21세부터 담배를 피웠다는 기록도 있다. 생전에 잔 칼망의 장수 비결을 연구했던 장 마리 로빈 박사(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에 의하면 젊은 시절 담배를 접했던 건 사실이지만 건강에 좋지 않아 끊었다고 한다. 112세에 심폐 기능이 약할 나이인데 담배를 피웠다는 사실에 놀랍다. 하지만 잔 칼망은 무려 10년 뒤인 122세까지 살았다. 잔 칼망은 디저트로 맵고 짠 음식을 즐겼다. 튀긴 음식도 즐겼다고 하니 상식적으로 나쁜 음식이 건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 건강은 어느 하나 습관이 좋거나 나쁘다고 바로 문제가 되진 않기 때문이다.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 모두 누적되고 쌓여서 어느 순간 발현된다. 매일 아침은 커피 1~2잔을 마시고, 일주일에 초콜릿을 1kg 정도 먹었다. 고기도 즐기고, 매일 와인도 한 잔 마셨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며 살았던 잔 칼망은 나쁜 습관만 있었을까? 그렇지 않다. 식습관 중 장수 습관으로 입증된 단식을 했다. 저녁에 단식했고, 아침은 커피 1~2만 마셨다. 단식은 고혈압, 대사증후군, 비만 개선 효과가 있다. 수명 연장에도 도움이 된다. 간헐적 단식은 전 세계적으로도 많이 하는 다이어트 방법 중 하나다. 단식은 몸에서 자가포식(autophagy) 촉매 역할을 한다. 자가포식은 세포가 불필요한 세포 구성 성분을 스스로 파괴하는 과정을 말한다. 세포는 영양소가 결핍될 때 불필요하거나 노화된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분해하고 아미노산을 만들어 건강한 세포를 촉진하며 청소한다. 한 마디로 자가포식은 세포 회복으로 장수 요인이 된다. 무엇을 먹는지도 중요하지만, 언제 어떻게 먹는지도 중요한 이유이다. 장 마리 로빈 박사는 잔 칼망의 건강 습관을 연구하고 장수 비결을 꼽았다. 첫째, 잔 칼망은 경제적으로 부유했다. 부르주아 가문에서 부잣집 딸로 태어나 요리, 예술, 무용 등 개인 수업을 받았다. 두 번째, 경제적 여유를 바탕으로 활발한 사교 모임을 했다. 사회적 연결, 즉 사람들과 교류를 장수 습관 중 하나로 꼽힌다. 85세에 펜싱을 시작하고, 110세까지 자전거를 탔다. 평소 활달하고 신체적으로도 건강했다는 대목이다. 타고난 체력도 있겠지만 새로운 스포츠를 85세에 시작하는 의지와 110세까지 자전거를 타며 신체 건강을 유지했다. 종합하면 잔 칼망은 타고난 장수 유전자와 체력, 경제적 부유함, 사교적인 활동, 신체활동, 단식 등의 생활습관을 바탕으로 122세 삶을 살았다. 역사 속 인물인 네덜란드 후기 인상파 화가인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를 만난 일화를 가진 잔 칼망. 아마도 122세 최장수 장수 기록은 언젠가 깨질지 모르지만, 오랫동안 회자할 것이다.
2024-11-08 11:19:40
영조는 조선 제21대 왕(1694~1776)이다. 조선시대 왕 중 최장수 왕으로 81세까지 살았다. 조선시대 왕 평균 수명은 46세이고, 당시 사람들의 평균 수명은 40세 전후였다. 영조는 1724년 즉위해 1776년까지 52년 동안 재위했다. 영조는 탕평책, 균역법, 금주령, 신문고 부활 등 정치•경제 정책을 펼쳤다. 사도세자 비극 등 역사적으로 조명을 많이 받는 왕이기도 하다. 『영조실록』과 『승정원일기』에 의하면 영조는 어렸을 때 허약 체질이었다. 허약 체질이어서 건강에 더 신경을 썼을까? 영조는 금욕 절제한 왕으로 표현했다. 영조 후궁인 영빈 이씨가 “스스로 먹는 것이 너무 박해서 늙으면 반드시 병이 생길 것”이라며 걱정할 정도였다. 하지만 영조는 걱정했던 영빈 이씨보다 오래 살았다. 영조의 장수 비결은 식습관에서 찾았다. 첫 번째로 영조는 소식(小食)하고 규칙적인 식사를 했다. 영조는 원래 하루 다섯 번 식사했는데 세 번으로 줄였다. 하루 세 번 식사는 제철 채소 위주로 고집했다. 현미, 보리, 흑미, 수수, 콩 등 잡곡밥을 먹었다. 시금치, 김치, 청경채와 같은 채소와 고추장을 즐겨 식사했다. 밥에 물 말아 간장을 찍어 먹기도 했고, 기름지고 찬 음식을 피했다. 좋은 식습관과 함께 회의 중에도 식사 시간이 되면 꼭 맞춰 음식을 먹을 정도로 규칙적인 식사를 했다. 현대에도 소식(小食)은 장수 비결 중 과학적으로 입증된 방법이다. 칼로리 제한(calorie restriction)으로도 불린다. 칼로리 제한은 체지방, 혈압, 안정 시 심박수 저하, 지질 이상 개선 효과가 있다. 칼로리 제한 연구는 1900년 초부터 시작되어 100년이 훌쩍 넘은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칼로리 제한은 다양한 실험, 연구를 통해 노화를 지연시키고 건강수명을 연장한다고 밝혀졌다. 칼로리 제한은 수명 연장과 건강 증진 효과가 밝혀진 4가지 기전이 있다. 첫째, 칼로리 제한 시 서투인(sirtuin) 효소가 활성화된다. 서투인은 항산화 방지 기전을 증가시켜 세포자멸사(apoptosis)를 억제해 장수가 가능케 한다는 기전이다. 둘째, 인슐린 유사 성장 호르몬(insulin like growth factor, IGF)/인슐린 신호를 억제한다. 셋째, 포유류 라파마이신 표적 단백(mammalian target of rapamycin, mTOR)을 억제한다. 마지막으로 케톤체를 상승하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다는 기전이다. 이러한 칼로리 제한의 4가지 기전은 장수 관련 유전자를 발현해 장수가 가능하다는 기전이다1). 이렇듯 소식(小食)은 분자생리학적 기전으로 건강 증진 및 수명 연장 효과가 있다. 소식(小食)은 소화기관 부담을 줄인다. 과식은 위장에 무리를 준다. 특히 기름진 육식은 채소, 과일과 같은 채식보다 소화 시간이 길다. 육식은 약 12~72시간까지 소화 시간이 걸리고, 채식은 30분이면 소화된다. 영조는 기름지고 찬 음식을 피하면서 위장의 부담을 줄이는 소화기관이 좋아하는 식습관이었다. 또한 규칙적인 식사를 통해 소화기관이 일하기 좋은 신체 상태를 유지했다. 불규칙한 식사는 위장이 적응하지 못하고 과하게 일하게 만든다. 두 번째 영조의 장수 비결은 술을 멀리했다. 즉위하고 나서 금주령을 내렸을 정도다. 음주는 백해무익하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기관인 국제 암연구소는 알코올을 1급 발암물질로 발표했다. 알코올은 분해할 때 분해 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 성분이 생긴다. 아세트알데히드는 활성산소를 생성하고, 활성산소는 DNA를 파괴해 암을 유발할 수 있다. 금주가였던 영조는 장수했고, 손자인 정조는 애주가였는데 48세(1972~1800)까지 살았다. 세 번째 영조의 건강 비결은 건강 상태를 자주 살폈다. 52년 재위 동안 어의 검진을 7,284회 받았다. 사흘에 한 번에 해당한다. 좋은 식습관과 술을 멀리하고, 최고의 의료진에게 사흘에 한 번 건강 상태를 살피게 했다. 몸 상태에 따라 좋은 약재와 음식으로 몸을 보호했을 테다. 역시 건강관리는 신경 써서 실천한 만큼 돌아온다. 조선시대나 현대나 장수 방법과 건강수명을 늘리는 방법은 일맥상통한다. 좋은 음식을 가까이하고, 나쁜 음식을 멀리하는 방법, 시대가 변해도 한결같은 건강법이다.참고 문헌1) Japan Society of Anti-Aging Medicine 저, 『안티에이징 의학의 기초와 임상 제3판』, 군자출판사, 2019
2024-11-01 10:08:27
장수왕은 고구려 제20대 왕(394~491)이다. 무려 97세까지 살았다. 오래 장수한 까닭에 시호가 '장수왕'(長壽王)이었다. 장수왕은 412년 왕에 올라 491년까지 79년 동안 재위했다. 장수왕 재위 기간은 고구려 최전성기였고, 남진 정책을 펼쳐 한반도로 영토를 더 넓혔다. 1955년 한국인 기대수명이 49.1세였다. 2022년 기준 한국인 기대수명은 82.7세이다(통계청). 약 1,500년 전 태어난 장수왕 수명이 현대의학이 발전된 현재 한국인 기대수명보다 높다. 장수왕은 긴 재위 기간만큼 왕위에 올라 크고 많은 일이 많았을 텐데 그 시대에 어떻게 오래 살 수 있었을까? 첫 번째는 고구려인 주식에서 찾을 수 있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 의하면, 고구려인은 보리, 조, 콩, 수수 같은 곡류가 주식이었다. 흰쌀밥이 아닌 잡곡밥을 먹은 셈이다. 잡곡밥은 복합 탄수화물이다. 복합 탄수화물은 분해 과정이 오래 걸린다. 복합 탄수화물은 효소 작용을 통해 화학 결합을 분해한다. 포도당 흡수를 늦추고 혈당 증가가 급격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잡곡밥은 포만감을 높여 과식을 막을 수 있다. 현대인이 흔히 먹는 흰쌀밥은 정제 곡물로 단순 탄수화물이다. 단순 탄수화물은 분자 구조상 빠르고 쉽게 분해가 된다. 분해가 빠른 만큼 혈당을 빠르게 올려 인슐린 분비를 늘린다. 노화로 대사 과정이 떨어지면 당뇨, 비만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삼국사기에 고구려 초기부터 꾸준히 천금채(상추) 같은 채소류가 재배되었고, 매실, 복숭아, 자두, 배 등 과실류를 섭취했다고 서술했다. 고구려인은 소, 말, 돼지, 닭을 가축으로 키웠는데, 주로 육류 공급은 돼지, 닭을 통해서였다. 장수왕의 식단을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고구려인의 식생활을 통해 장수왕의 식습관을 유추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장수왕은 건강관리에 신경을 많이 썼다. 삼국사기에 장수왕은 한 달 평균 11.7번 건강 검진을 받았다. 다른 왕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건강 검진이었다. 평소 건강에 깊은 관심과 예방과 치료에 힘썼음을 알 수 있다. 현대에도 잔병이 많아 병원에 자주 가는 사람이 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한다. 평소 몸이 안 좋은 느낌을 스스로 받았는데도 병원에 안 가서 병을 키우는 사례가 많다. 뒤늦게 병원에 갔더니 손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슬픈 상황이 생긴다. 현대의학에 장점이자 단점을 꼽자면 검진으로 인한 질병 조기 발견이다. 검사로 병을 알아내 발생률은 높아졌고, 치료율도 높아졌다. 대부분 질환은 초기에 발견할수록 처치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장수왕은 건강에 대한 중요성을 알고 건강 검진을 통해 예방관리를 실천했다. 건강 검진을 자주 받는 기록을 보며,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건강관리를 했을 테다. 우리는 적절한 식습관, 정기적인 신체활동, 스트레스 관리, 충분한 수면, 술, 담배 등 유해물질 비사용 및 사회적 교류와 같은 생활습관이 백세시대 건강관리 및 질병 예방법임을 안다. 상식적으로도 접할 수 있는 건강법이다. 머리로는 알지만, 실천은 어렵다. 실천이 어렵기에 누군가는 만성질환으로 백세시대 근처에 가지 못한다. 100세를 사는 기대수명보다 중요한 건 건강수명을 기대수명만큼 늘리는 일이다. 건강수명까지 늘리며 오래 사는 사람은 건강관리를 최우선으로 생활한다. 은퇴하고 노후 일상은 건강에 초점을 맞춘다. 건강관리 다음에 소일거리를 찾아 재미를 늘린다. 건강을 먼저 생각하고 실천하는 과정이 건강수명을 늘리는 장수법이다. 평소 건강을 과신하지 않고 생애 주기를 고려해 건강을 보살피는 여유가 필요하다. 장수왕처럼 살기 위해 백세시대에 필요한 건 바른 생활습관을 실천하는 백세습관이다.
2024-10-25 13:0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