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1 10:08:27
영조는 조선 제21대 왕(1694~1776)이다. 조선시대 왕 중 최장수 왕으로 81세까지 살았다. 조선시대 왕 평균 수명은 46세이고, 당시 사람들의 평균 수명은 40세 전후였다. 영조는 1724년 즉위해 1776년까지 52년 동안 재위했다. 영조는 탕평책, 균역법, 금주령, 신문고 부활 등 정치•경제 정책을 펼쳤다. 사도세자 비극 등 역사적으로 조명을 많이 받는 왕이기도 하다.
『영조실록』과 『승정원일기』에 의하면 영조는 어렸을 때 허약 체질이었다. 허약 체질이어서 건강에 더 신경을 썼을까? 영조는 금욕 절제한 왕으로 표현했다. 영조 후궁인 영빈 이씨가 “스스로 먹는 것이 너무 박해서 늙으면 반드시 병이 생길 것”이라며 걱정할 정도였다. 하지만 영조는 걱정했던 영빈 이씨보다 오래 살았다. 영조의 장수 비결은 식습관에서 찾았다.
첫 번째로 영조는 소식(小食)하고 규칙적인 식사를 했다. 영조는 원래 하루 다섯 번 식사했는데 세 번으로 줄였다. 하루 세 번 식사는 제철 채소 위주로 고집했다. 현미, 보리, 흑미, 수수, 콩 등 잡곡밥을 먹었다. 시금치, 김치, 청경채와 같은 채소와 고추장을 즐겨 식사했다. 밥에 물 말아 간장을 찍어 먹기도 했고, 기름지고 찬 음식을 피했다. 좋은 식습관과 함께 회의 중에도 식사 시간이 되면 꼭 맞춰 음식을 먹을 정도로 규칙적인 식사를 했다.
현대에도 소식(小食)은 장수 비결 중 과학적으로 입증된 방법이다. 칼로리 제한(calorie restriction)으로도 불린다. 칼로리 제한은 체지방, 혈압, 안정 시 심박수 저하, 지질 이상 개선 효과가 있다. 칼로리 제한 연구는 1900년 초부터 시작되어 100년이 훌쩍 넘은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칼로리 제한은 다양한 실험, 연구를 통해 노화를 지연시키고 건강수명을 연장한다고 밝혀졌다.
칼로리 제한은 수명 연장과 건강 증진 효과가 밝혀진 4가지 기전이 있다. 첫째, 칼로리 제한 시 서투인(sirtuin) 효소가 활성화된다. 서투인은 항산화 방지 기전을 증가시켜 세포자멸사(apoptosis)를 억제해 장수가 가능케 한다는 기전이다. 둘째, 인슐린 유사 성장 호르몬(insulin like growth factor, IGF)/인슐린 신호를 억제한다. 셋째, 포유류 라파마이신 표적 단백(mammalian target of rapamycin, mTOR)을 억제한다. 마지막으로 케톤체를 상승하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다는 기전이다. 이러한 칼로리 제한의 4가지 기전은 장수 관련 유전자를 발현해 장수가 가능하다는 기전이다1). 이렇듯 소식(小食)은 분자생리학적 기전으로 건강 증진 및 수명 연장 효과가 있다.
소식(小食)은 소화기관 부담을 줄인다. 과식은 위장에 무리를 준다. 특히 기름진 육식은 채소, 과일과 같은 채식보다 소화 시간이 길다. 육식은 약 12~72시간까지 소화 시간이 걸리고, 채식은 30분이면 소화된다. 영조는 기름지고 찬 음식을 피하면서 위장의 부담을 줄이는 소화기관이 좋아하는 식습관이었다. 또한 규칙적인 식사를 통해 소화기관이 일하기 좋은 신체 상태를 유지했다. 불규칙한 식사는 위장이 적응하지 못하고 과하게 일하게 만든다.
두 번째 영조의 장수 비결은 술을 멀리했다. 즉위하고 나서 금주령을 내렸을 정도다. 음주는 백해무익하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기관인 국제 암연구소는 알코올을 1급 발암물질로 발표했다. 알코올은 분해할 때 분해 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 성분이 생긴다. 아세트알데히드는 활성산소를 생성하고, 활성산소는 DNA를 파괴해 암을 유발할 수 있다. 금주가였던 영조는 장수했고, 손자인 정조는 애주가였는데 48세(1972~1800)까지 살았다.
세 번째 영조의 건강 비결은 건강 상태를 자주 살폈다. 52년 재위 동안 어의 검진을 7,284회 받았다. 사흘에 한 번에 해당한다. 좋은 식습관과 술을 멀리하고, 최고의 의료진에게 사흘에 한 번 건강 상태를 살피게 했다. 몸 상태에 따라 좋은 약재와 음식으로 몸을 보호했을 테다. 역시 건강관리는 신경 써서 실천한 만큼 돌아온다.
조선시대나 현대나 장수 방법과 건강수명을 늘리는 방법은 일맥상통한다. 좋은 음식을 가까이하고, 나쁜 음식을 멀리하는 방법, 시대가 변해도 한결같은 건강법이다.
참고 문헌
1) Japan Society of Anti-Aging Medicine 저, 『안티에이징 의학의 기초와 임상 제3판』, 군자출판사,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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