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 출연한 100명의 셰프들의 행보가 종영 후에도 주목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급식대가' 이미영 셰프가 유명 셰프 못지않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미영 셰프는 얼마 전까지 한 초등학교에서 15년간 근무한 학교 급식 조리사다. 아들의 권유로 출연한 이 프로그램은 우리가 학교에서 만나왔던 급식조리사의 노동을 새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미슐랭 3스타 셰프의 추억을 소환하며, 손과 입이 멈출 수 없는 시식을 이끌어내고, 이미 대가로 인정받은 호텔 조리사와의 승부에서 당당히 이기는 모습은 드라마 그 자체였다. 예능 경연 도중에도 아이들의 성장과 건강을 위해 노력했다는 이미영 셰프의 발언은 감동적이다. 하지만 100인분 정도는 거뜬히 만들 수 있는 급식대가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요사이 아이들의 안전과 건강을 책임지는 급식 시스템 속에서, 정작 급식대가들의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급식대가들이 폐암과 폐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 지난 9월에도 충청북도에서 10년간 학교에서 근무한 조리실무사가 폐암 치료 도중 세상을 떠났다. 2023년 9월에 실시된 전국 학교급식 노동자 대상 폐 CT 검진 결과, 이상 소견자가 32.33%에 달했다. 이 중 폐암 확진자와 폐암 의심자는 총 379명이었다. 2024년 7월 기준 근로복지공단에 제출된 학교급식 노동자의 폐암 산재 신청은 169건이며, 이 중 143건이 승인되었다. 급식대가들이 폐암에 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폐암과 급식조리 노동은 언뜻 연관성이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급식조리 노동자들은 항상 폐암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고온에서 기름으로 튀김이나 볶음, 구이를 조리하는 과정과 조리 기구들의 기름때를 청소할 때 발생하는 조리흄이 원인이다. 조리흄은 '조리 매연'이라고도 불린다. 흄은 고온 상태에서 기체 분자가 되어 공기 중에 떠다니는 연기를 말한다. 음식을 높은 온도에서 조리할 때 각종 재료가 타면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조리흄은 입자의 지름이 100㎚(나노미터) 이하로 초미세먼지보다도 작다. 이런 조리흄을 흡입하면 기관지를 통해 폐포에 쌓이게 되며, 폐포에 쌓인 조리흄은 염증을 일으키고 이는 암으로 이어진다. 조리흄은 폐암을 일으키는 담배 연기와 같은 역할을 한다. 국제암연구소(IARC)가 발표한 2010년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조리흄에 많이 노출될수록 폐암 위험이 증가한다. 실제로 조리 시간이 한 시간 증가할 때마다 조리흄 등의 요인으로 인한 폐암 발생 위험이 17%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2019년 환경 연구 저널에 발표되었다. 조리흄으로 인한 폐암 예방법의 핵심은 환기다. 대만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공간에서는 폐암 확률이 22.7배 높아진다. 많은 급식조리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2023년 8월 산업안전보건공단은 <단체급식시설 환기에 관한 기술지침>을 마련했다. 이 지침을 통해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리흄을 외부로 배출하기 위한 환기설비 기준을 정하고 있다. 예를 들면 조리흄이 발생하는 조리기구에는 조리흄을 배출하기 위해 후드, 덕트, 배풍기 및 배기구로 구성된 국소 배기장치를 설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보통 배기 후드는 조리기구의 위쪽에 설치하는데, 지침은 후드의 흡입 방향은 급식조리 노동자의 호흡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급식조리 노동자와 반대 방향으로 하고, 후드 흡입구(기름필터)를 조리원 정면에서 최대한 멀리 설치하도록 정하고 있다. 위쪽 후드를 통해 조리흄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급식대가들의 조리흄을 흡입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 배기장치를 통해 외부로 빠져나가는 공기만큼 급식조리실 안으로 공기량을 보충해 주는 급기시설을 잘 설치해 배기가 잘 이루어지도록 정하고 있다.주로 지하에 위치하는 학교급식 조리실을 지하에서 지상으로 옮기는 것도 방법이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조리실이 올라오면 창문이나 출입문 등을 통해 환기가 용이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에 있는 107개 학교의 지하 급식실을 2028년까지 지상으로 이전하거나 환경을 개선한다고 한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이전이 어려운 급식실을 갖춘 67개 학교에는 예산 256억원을 투입해 환기시설 개선을 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서울시교육청은 2025년 급식실 환기 개선 예산의 76%를 삭감해 버렸다. 이는 급식시설의 환기 시스템이 급식조리 노동자들의 건강을 지키는 데 필수적이라는 점을 간과한 결정으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수백 명의 아이들에게 건강한 식사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조리흄과 조리 매연에 노출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급식대가들의 일터에 환기시설의 개선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조치로 여겨져야 한다. 급식조리 노동자들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건강하지 않은 조리 환경 속에서는 건강한 식사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급식조리실의 환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예산 삭감이 아닌 증액을 통해 안전하고 쾌적한 일터를 조성하는 데 힘써야 한다.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그리고 조리노동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환기시설 개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
2024-11-26 11:15:33
태양을 피하지 못한 산재 2023년 2월 피부암을 앓고 있던 옥외 노동자가 3년 2개월 만에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다. 산업재해를 유발한 직업환경요인은 바로 태양광, 특히 자외선으로 지목되었다. 햇볕으로 인해 피부암이 발생했고,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전국 최초의 사례였다. 재해 노동자는 오랜 기간동안 매일 뜨거운 햇볕 아래서 전봇대에 매달려 전기공사를 해왔다. 작업의 특성상 태양을 피해 쉬는 공간도 없다. 게다가 작업을 할 때는 높은 곳에 매달려 얼굴을 하늘로 향하게 해야 한다. 주로 어깨 위로 손을 뻗어 작업할 때가 많다. 두건이나 안전모가 일부를 가린다고 해도 얼굴로 내리쬐는 햇볕을 가릴 수는 없었다. 그러다 지난 2019년 얼굴에 좁쌀만 한 상처가 나고 피가 지혈되지 않는 증상이 나타났다. 병원을 찾았더니 기저세포암을 진단받았다. 이후 피부이식 수술을 받았다. 직업환경전문의와 상담한 결과 자외선에 오래 노출되어 기저세포암이 발병한다는 것 같다는 소견을 듣고 같은 해 12월 산재를 신청했다. 그리고 3년 2개월만에 산재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노동부는 옥외 근로자에 대해 특수 건강진단 시 대상 유해인자로 자외선 항목이 누락되지 않도록 건강 진단하도록 지시했다. 태양광에 주로 노출되는 직업환경에 있는 다른 노동자들도 구체적으로 명시되었다. 농부, 어부, 목부, 벽돌공, 건설노동자, 골프장관리인, 원예근로자, 조경사, 벌채공, 군인, 철도관리자, 도로관리자, 측량기사, 스키강습교사 등 특수건강진단을 꼭 받아야 할 야외작업 노동자로 지목되었다. 해당 노동자들은 특수건강진단을 받을 때 얼마나 햇볕이나 자외선이 나오는 인공광원에 노출되었는지 피부와 눈에 문진하고, 2차 검사 시 피부 면역글로불린 정량, 피부첩포시험, 피부단자시험, koh검사를 받고 눈은 세극등 현미경 검사 정밀안저검사, 정밀안압측정 안과진찰을 받게 된다. 자외선이 많은 일터 자외선(ultraviolet, UV)은 전자기파의 일종이다. 적당한 자외선 노출은 비타민 D를 생성시키며 기분을 상쾌하게 하거나, 살균 등 좋은 영향을 준다. 덕분에 자외선은 곳곳에서 점점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냄새나 잔재물 없이 간편하게 정수, 살균 기능을 활용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음식점이나 병원에서 그리고 각종 식품산업이나 특수 공업용으로 자외선이 활용된다. 먹는 물을 정수하거나 물놀이 공간에서도 양식장에서도 자외선을 사용한다. 최근에는 실내공기를 정화하거나, 실험연구, 미용산업(인공태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외선이 쓰이고 있다. 일터에 설치된 백열광, 수은등, 형광, 아크용접, 유리제조, 실험실, 기자재, 살균기 등등 인공적인 기계들이 자외선을 뿜어내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자외선 노출은 때로는 건강장해를 일으킨다. 피부에 노출되면 피부노화, 주름, 변색, 화상 등의 질병을 일으킬 수 있고, 눈에 노출되면 결막염이나 피부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국제암연구소는 장시간 노출될 경우 자외선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법도 자외선을 유해광선,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물리적 인자로 구분하고, 자외선에 노출되는 노동자는 특수건강진단을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특수건강진단 대상 유해인자에 자외선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그동안 그 범위가 주로 인공광선에 자주 노출되는 용접공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사건이 인정되고 나서야 태양을 피할 수 없는 노동자들에게 특수건강진단 대상이 확대된 것이다. 자외선을 차단하자 호주, 미국 등 백인종이 많은 나라의 경우 자외선 노출에 의한 피부암이 사회적 이슈로 다뤄지고 있다.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들이 피부암을 앓고 있다는 뉴스도 자주 보인다. 많은 국가는 주기적으로 자외선지수(UV index)를 발표하고 자외선 지도를 그려 위험성을 홍보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자외선의 과다한 노출을 방지하기 위한 5가지 방법을 알려 건강장해를 예방하고 있다. 1. 긴팔 옷을 착용할 것2. 선크림(SPF30+ 이상인 것)을 매 2시간마다 바를 것3. 모자를 쓸 것 4. 그늘을 찾아갈 것 5. 선글라스를 착용할 것(용접작업이나 자외선을 방출하는 인공광원이 있는 경우 보안경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사람들은 여름이 되면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 선크림을 바른다. 무더운 여름 뜨거운 뙤약볕이 있고서야 자외선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다. 물론 태양과 가까운 여름에 그 강도가 거세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외선은 모든 계절 우리 곁에 있다. 매일 태양 밑에서 일하는가? 태양광이 가득한 사무실이나 공간에서 일하고 있는가? 또는 자외선을 활용해 일하는가? 그렇다면 반드시 옷이나 모자, 선글라스나 보안경으로 자외선을 피해야 한다. 또 가릴 수 없는 피부에 반드시 선크림을 매일 바르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함께 일하는 노동자들이 야외에서 일하거나 자외선에 노출된 위험이 있는 일터라면 선크림을 주기적으로 배부하고 바를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또 인공광원의 정도에 따라 보안경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2024-11-12 11:13:26
영국 BBC의 인기 드라마 <셜록>의 주인공 셜록 홈즈는 명탐정이다. 본래 아서 코난 도일의 추리 소설 속에서 19세기 말 영국을 배경으로 활약하는 가상의 인물이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현대 사회에 등장하는 인물처럼 그려져 더욱 인기를 끌었다. 소설과 드라마 모두에서 셜록 홈즈는 뛰어난 관찰력과 누구보다 빠른 두뇌 회전을 바탕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특히, 추리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의 복장이나 손과 발의 상태, 생활 습관들을 스캔하며 직업을 알아내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다. 드라마 주인공 셜록은 <추론의 과학>이라는 웹사이트를 운영한다. 그 사이트에서 넥타이와 왼손 엄지를 보고 소프트웨어 디자이너와 파일럿인 것을 알 수 있다는 글이 게재했다는 사실이 언급된다. 그리고 또 다른 주인공인 왓슨이라는 인물을 처음 만났을 때 얼굴과 다리, 말투를 보고 군 복무 경력을 단숨에 알아내는 모습이 나온다. 처음 본 사람도 옷차림과 동작, 자세 등을 관찰하고 직업은 물론 현재 고민까지 알아맞춘다. 정말 한눈에 보고도 직업을 알아낼 수 있을까? 어떻게 넥타이를 보고 소프트웨어 디자이너인지 왼손 엄지를 보고 파일럿인지 알아볼 수 있는지 설명되지 않지만 공감가는 부분이 있다. 특정한 일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상당 부분 닮아 있다. 생활 습관이나 복장, 동작과 자세 그리고 나아가 체형이나 건강 상태마저 비슷한 경우가 많다. 17세기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베르나디노 라마치니(Bernardino Ramazzini, 1633~1714)는 마치 셜록과 같은 의사였다. 그는 의학 공부를 시작한 뒤로 줄곧 노동자들이 겪는 질병에 큰 관심을 가졌는데, 다른 의사들과 다른 점이 있었다. 환자로 찾아온 노동자들의 일터를 직접 찾아가고, 그리고 일하는 모습을 면밀하게 관찰했다는 점이다. 직업을 통해 건강을 살펴보았다. 직업을 보면 건강이 보인다. 예를 들면, 진료를 위해 라마치니를 찾은 제빵사들은 모두 한결같이 다리가 휘어 있었다. 라마치니는 제빵사들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일터를 찾았다. 제빵사들이 허리 아래 높이의 두꺼운 판자나 탁자 위에서 반죽을 하고 있었다. 매일 엄청난 양의 밀가루 반죽을 떨어뜨리고 들어 올리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었다. 팔의 힘을 다해 반죽을 탁자에서 떼어내고, 무릎으로 눌러가며 반죽을 뒤집는 동작을 반복했다. 라마치니는 이러한 반복적인 과정이 제빵사들의 무릎 관절에 무리를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 다리가 바깥으로 휘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편 항구에서 화물을 싣고 내리는 항만 노동자들은 한결같이 라운드 숄더를 가지고 있었다. 항구를 찾아 그들이 일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항만 노동자들은 몸을 똑바로 세우기보다 가슴과 어깨를 움츠리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무거운 짐을 나르기 쉽다고 말했다. 항만에서 오래 일한 노동자일수록 어깨가 움츠려져 있었다. 무거운 짐과 작업의 속도, 일의 요령이 라운드 숄더(안으로 굽은 어깨)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라마치니는 이런 방식으로 일터를 관찰하고,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52~56개 직종의 노동자들을 관찰하고, 그들이 호소하는 통증과 질병을 연구하여 《노동자의 질병(De Morbis Artificum Diatriba)》을 저술했다. 연구의 결론은 선명했다. 특정 일을 하면 그로 인해 일하는 사람이 아플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직업을 통해 건강을 이해하는 것은 단순한 관찰을 넘어, 개인의 삶과 사회 전반에 걸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셜록 홈즈와 라마치니의 사례는 직업이 개인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직업은 생계의 수단일 뿐만 아니라, 개인의 정체성과 건강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다양한 직업 환경을 이해하고 그에 따른 건강 문제를 인식함으로써, 서로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안전한 일터만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기초가 된다고 믿는다. 직업을 보면 건강이 보인다. 직업을 통해 건강을 살펴보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마치 셜록 홈즈나 라마치니처럼 우리 가족의 일터와 우리 이웃의 일터를 살펴봐야 한다. 안전하지 않은 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가족이 결코 행복할 수 없다. 안전하지 않은 일터에서 만들어지는 제품이 소비자에게도 안전할 수 없다. 결국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것이 우리 모두의 건강과 삶의 질을 결정할 것이다.
2024-11-09 22:12:54
하루의 절반 이상을 일터에서 보낼 때였다. 처음 허리 디스크를 앓게 되었다. 한번도 생각지도 못한 통증에 아찔함을 느꼈다. 119 구급차에 실려 가는 동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수많은 생각들이 지나갔다. 그리고 이런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막막함이 밀려왔다. ‘이해는 경험에서 온다’는 말처럼, 상담을 하거나 여러 일터에 찾아갈 때 통증을 겪는 사람들을 살펴보게 된다. 출퇴근하는 길이나 편의점, 식당에서도 일하는 사람들의 아픔이 눈에 들어온다. 당장 고개만 돌려도 모니터를 한창 바라보다 일어서는 동료 노동자의 뻣뻣한 목과 구부정하고 뭉친 어깨가 보인다. 점심시간 식당에서는 위태롭게 무거운 국밥 그릇이 가득한 쟁반을 서빙 하는 노동자의 손목과 팔꿈치가 함께 욱신거린다. 주기적으로 쑤시는 허리, 무거운 짐들을 가득 든 채 계단을 오르내리며 택배 노동자의 살짝 기울어진 골반과 무릎이 눈에 선하다. 친절한 미소 아래 종일 서서 일하느라 부어있을 백화점이나 마트 노동자의 종아리와 발목 등 일하는 모습을 바라보면 다양한 통증들이 눈에 밟힌다. 그러다 때로는 용기를 내어 물어보기도 한다. 아프지 않으세요? 대부분이 아파도 어쩔 수 없다고 답한다. 어쩔 수 없다고 말하기에 생각보다 아픈 일터는 치명적이다. 근골격계 통증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통증과 통증 유발 원인들이 많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통증이 일단 발생하고 나면 일을 제대로 수행하기가 어렵다. 때로는 일을 영원히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22년 산업재해 치료를 마친 12만명 중 절반이 원래 직장으로 복귀하지 못했다. 더 심각한 것은 일터의 통증이 일상을 지탱하는 힘을 앗아간다는 것이다. 일상에서 작은 스트레스조차 견디기 힘들어지고, 쉽게 피로를 느끼며 우울해진다. 실제로 대한통증학회는 만성통증 환자 1만 2천명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10명 중 6명은 수면장애를 겪고 있고, 4명은 자살 충동을 느끼고 있고 3명은 경제활동에 지장이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아픈 일터는 모두를 아프게 만든다.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가족이다. 가족들은 아픈 사람이 겪는 통증과 어려움을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하게 된다. 일상적인 활동에 제약이 생길수록 가족들은 함께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물리적으로 정서적으로 아픈 당사자 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일상도 함께 힘들어진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일을 지시하는 회사나 고객에게도 손해가 발생한다. 아픈 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근태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각이나 결근이 잦아지고, 결근 일수가 길어진다. 작업이나 개인의 삶의 질이 낮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더 나은 생산성이나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기업의 보상이나 대처 비용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아픈 일터가 치러야 하는 대가는 때론 너무 크고, 예측하기 어렵다. 2015년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주요 근골격계 질환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비용이 연간 4조 449억 원에 달한다. 아픈 일터는 모두에게 불행일 수밖에 없다 누구도 아프지 않는 일터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만 일터의 통증을 살피고 줄여야 한다. 마치 어린 아이를 키우는 집처럼 세심하게 돌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집 곳곳에 위험요인을 기어코 찾아내듯, 일터에서 통증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는 앞으로 직업환경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무심히 지나쳤던 문턱과 집 곳곳의 모서리를 찾아 점검하고 살펴야 한다. 작업공간과 작업대 등 곳곳을 살필 필요가 있다. 다치기 쉬운 물건들은 치워내고, 모서리에는 부딪혀도 다치지 않도록 스펀지를 부착하고, 문턱은 없애고 딱딱한 바닥에 부드러운 매트리스를 설치하는 것처럼 일터 곳곳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 이상 아픈 일터가 우리 모두를 아프게 해서는 안된다.
2024-10-29 14:2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