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 환자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고 있는 새로운 치료법이 등장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연구팀이 골수 유래 중간엽 줄기세포를 이용해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cGVHD)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조석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팀은 23일 이 획기적인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이 연구는 조혈모세포 이식 후 발생하는 생체 면역반응 조절에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cGVHD는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 후 30~70%의 환자에게서 발생하는 심각한 자가면역질환이다. 이 질환은 공여자의 면역세포가 환자의 정상세포를 공격해 발생하며, 여러 장기에 걸쳐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킨다.
현재 1차 표준치료로 스테로이드를 사용하고 있으나, 약 절반의 환자들은 효과가 충분하지 않거나 약제 내성으로 인해 지속적인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차 치료제로 일부 표적치료제들이 사용되고 있지만, 이에도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을 위한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골수 유래 중간엽 줄기세포를 활용한 전향적인 1/2상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심각한 스테로이드 불응성 cGVHD 환자 10명을 대상으로 2주 간격으로 4회에 걸쳐 정맥주사로 줄기세포를 투여했다.
연구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었다. 모든 환자에서 심각한 부작용이나 이상 반응은 보고되지 않았으며, 치료 8주 후 모든 환자의 증상이 개선되고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60%의 환자가 1년간의 추적관찰 기간 동안 지속적인 반응을 보였고, 그 중 20%는 증상이 완전히 개선되어 모든 면역억제제를 중단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분자생물학적으로도 치료에 반응한 환자들에서 염증 지표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최대 54주까지 9가지 염증 마커를 측정했고, 그 중 5가지 마커가 치료 후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조석구 교수는 "세계적인 수준의 임상 성과를 입증하고 있는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과 국내 최고 수준의 대학 자체 연구 제조시설인 가톨릭세포치료사업단이 협력해 cGVHD 치료를 위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해 기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2016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았으며, 보건복지부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연구 결과는 '국제분자과학저널' 6월호에 게재되었다.
이번 연구는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cGVHD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줄기세포의 반복 투여가 치료 효과를 유지하고 개선하는 데 중요하다는 점을 입증했다. 또한, 중간엽 줄기세포를 활용한 다양한 치료의 이론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향후 관련 연구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