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5 13:00:50
장수왕은 고구려 제20대 왕(394~491)이다. 무려 97세까지 살았다. 오래 장수한 까닭에 시호가 '장수왕'(長壽王)이었다. 장수왕은 412년 왕에 올라 491년까지 79년 동안 재위했다. 장수왕 재위 기간은 고구려 최전성기였고, 남진 정책을 펼쳐 한반도로 영토를 더 넓혔다.
1955년 한국인 기대수명이 49.1세였다. 2022년 기준 한국인 기대수명은 82.7세이다(통계청). 약 1,500년 전 태어난 장수왕 수명이 현대의학이 발전된 현재 한국인 기대수명보다 높다. 장수왕은 긴 재위 기간만큼 왕위에 올라 크고 많은 일이 많았을 텐데 그 시대에 어떻게 오래 살 수 있었을까?
첫 번째는 고구려인 주식에서 찾을 수 있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 의하면, 고구려인은 보리, 조, 콩, 수수 같은 곡류가 주식이었다. 흰쌀밥이 아닌 잡곡밥을 먹은 셈이다. 잡곡밥은 복합 탄수화물이다. 복합 탄수화물은 분해 과정이 오래 걸린다. 복합 탄수화물은 효소 작용을 통해 화학 결합을 분해한다. 포도당 흡수를 늦추고 혈당 증가가 급격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잡곡밥은 포만감을 높여 과식을 막을 수 있다. 현대인이 흔히 먹는 흰쌀밥은 정제 곡물로 단순 탄수화물이다. 단순 탄수화물은 분자 구조상 빠르고 쉽게 분해가 된다. 분해가 빠른 만큼 혈당을 빠르게 올려 인슐린 분비를 늘린다. 노화로 대사 과정이 떨어지면 당뇨, 비만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삼국사기에 고구려 초기부터 꾸준히 천금채(상추) 같은 채소류가 재배되었고, 매실, 복숭아, 자두, 배 등 과실류를 섭취했다고 서술했다. 고구려인은 소, 말, 돼지, 닭을 가축으로 키웠는데, 주로 육류 공급은 돼지, 닭을 통해서였다. 장수왕의 식단을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고구려인의 식생활을 통해 장수왕의 식습관을 유추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장수왕은 건강관리에 신경을 많이 썼다. 삼국사기에 장수왕은 한 달 평균 11.7번 건강 검진을 받았다. 다른 왕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건강 검진이었다. 평소 건강에 깊은 관심과 예방과 치료에 힘썼음을 알 수 있다.
현대에도 잔병이 많아 병원에 자주 가는 사람이 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한다. 평소 몸이 안 좋은 느낌을 스스로 받았는데도 병원에 안 가서 병을 키우는 사례가 많다. 뒤늦게 병원에 갔더니 손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슬픈 상황이 생긴다. 현대의학에 장점이자 단점을 꼽자면 검진으로 인한 질병 조기 발견이다. 검사로 병을 알아내 발생률은 높아졌고, 치료율도 높아졌다. 대부분 질환은 초기에 발견할수록 처치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장수왕은 건강에 대한 중요성을 알고 건강 검진을 통해 예방관리를 실천했다. 건강 검진을 자주 받는 기록을 보며,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건강관리를 했을 테다.
우리는 적절한 식습관, 정기적인 신체활동, 스트레스 관리, 충분한 수면, 술, 담배 등 유해물질 비사용 및 사회적 교류와 같은 생활습관이 백세시대 건강관리 및 질병 예방법임을 안다. 상식적으로도 접할 수 있는 건강법이다. 머리로는 알지만, 실천은 어렵다. 실천이 어렵기에 누군가는 만성질환으로 백세시대 근처에 가지 못한다.
100세를 사는 기대수명보다 중요한 건 건강수명을 기대수명만큼 늘리는 일이다. 건강수명까지 늘리며 오래 사는 사람은 건강관리를 최우선으로 생활한다. 은퇴하고 노후 일상은 건강에 초점을 맞춘다. 건강관리 다음에 소일거리를 찾아 재미를 늘린다. 건강을 먼저 생각하고 실천하는 과정이 건강수명을 늘리는 장수법이다.
평소 건강을 과신하지 않고 생애 주기를 고려해 건강을 보살피는 여유가 필요하다. 장수왕처럼 살기 위해 백세시대에 필요한 건 바른 생활습관을 실천하는 백세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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