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2 11:13:26
태양을 피하지 못한 산재
2023년 2월 피부암을 앓고 있던 옥외 노동자가 3년 2개월 만에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다. 산업재해를 유발한 직업환경요인은 바로 태양광, 특히 자외선으로 지목되었다. 햇볕으로 인해 피부암이 발생했고,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전국 최초의 사례였다.
재해 노동자는 오랜 기간동안 매일 뜨거운 햇볕 아래서 전봇대에 매달려 전기공사를 해왔다. 작업의 특성상 태양을 피해 쉬는 공간도 없다. 게다가 작업을 할 때는 높은 곳에 매달려 얼굴을 하늘로 향하게 해야 한다. 주로 어깨 위로 손을 뻗어 작업할 때가 많다. 두건이나 안전모가 일부를 가린다고 해도 얼굴로 내리쬐는 햇볕을 가릴 수는 없었다.
그러다 지난 2019년 얼굴에 좁쌀만 한 상처가 나고 피가 지혈되지 않는 증상이 나타났다. 병원을 찾았더니 기저세포암을 진단받았다. 이후 피부이식 수술을 받았다. 직업환경전문의와 상담한 결과 자외선에 오래 노출되어 기저세포암이 발병한다는 것 같다는 소견을 듣고 같은 해 12월 산재를 신청했다. 그리고 3년 2개월만에 산재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노동부는 옥외 근로자에 대해 특수 건강진단 시 대상 유해인자로 자외선 항목이 누락되지 않도록 건강 진단하도록 지시했다. 태양광에 주로 노출되는 직업환경에 있는 다른 노동자들도 구체적으로 명시되었다. 농부, 어부, 목부, 벽돌공, 건설노동자, 골프장관리인, 원예근로자, 조경사, 벌채공, 군인, 철도관리자, 도로관리자, 측량기사, 스키강습교사 등 특수건강진단을 꼭 받아야 할 야외작업 노동자로 지목되었다.
해당 노동자들은 특수건강진단을 받을 때 얼마나 햇볕이나 자외선이 나오는 인공광원에 노출되었는지 피부와 눈에 문진하고, 2차 검사 시 피부 면역글로불린 정량, 피부첩포시험, 피부단자시험, koh검사를 받고 눈은 세극등 현미경 검사 정밀안저검사, 정밀안압측정 안과진찰을 받게 된다.
자외선이 많은 일터
자외선(ultraviolet, UV)은 전자기파의 일종이다. 적당한 자외선 노출은 비타민 D를 생성시키며 기분을 상쾌하게 하거나, 살균 등 좋은 영향을 준다. 덕분에 자외선은 곳곳에서 점점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냄새나 잔재물 없이 간편하게 정수, 살균 기능을 활용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음식점이나 병원에서 그리고 각종 식품산업이나 특수 공업용으로 자외선이 활용된다. 먹는 물을 정수하거나 물놀이 공간에서도 양식장에서도 자외선을 사용한다. 최근에는 실내공기를 정화하거나, 실험연구, 미용산업(인공태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외선이 쓰이고 있다. 일터에 설치된 백열광, 수은등, 형광, 아크용접, 유리제조, 실험실, 기자재, 살균기 등등 인공적인 기계들이 자외선을 뿜어내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자외선 노출은 때로는 건강장해를 일으킨다. 피부에 노출되면 피부노화, 주름, 변색, 화상 등의 질병을 일으킬 수 있고, 눈에 노출되면 결막염이나 피부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국제암연구소는 장시간 노출될 경우 자외선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법도 자외선을 유해광선,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물리적 인자로 구분하고, 자외선에 노출되는 노동자는 특수건강진단을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특수건강진단 대상 유해인자에 자외선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그동안 그 범위가 주로 인공광선에 자주 노출되는 용접공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사건이 인정되고 나서야 태양을 피할 수 없는 노동자들에게 특수건강진단 대상이 확대된 것이다.
자외선을 차단하자
호주, 미국 등 백인종이 많은 나라의 경우 자외선 노출에 의한 피부암이 사회적 이슈로 다뤄지고 있다.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들이 피부암을 앓고 있다는 뉴스도 자주 보인다. 많은 국가는 주기적으로 자외선지수(UV index)를 발표하고 자외선 지도를 그려 위험성을 홍보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자외선의 과다한 노출을 방지하기 위한 5가지 방법을 알려 건강장해를 예방하고 있다.
1. 긴팔 옷을 착용할 것
2. 선크림(SPF30+ 이상인 것)을 매 2시간마다 바를 것
3. 모자를 쓸 것
4. 그늘을 찾아갈 것
5. 선글라스를 착용할 것(용접작업이나 자외선을 방출하는 인공광원이 있는 경우 보안경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사람들은 여름이 되면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 선크림을 바른다. 무더운 여름 뜨거운 뙤약볕이 있고서야 자외선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다. 물론 태양과 가까운 여름에 그 강도가 거세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외선은 모든 계절 우리 곁에 있다.
매일 태양 밑에서 일하는가? 태양광이 가득한 사무실이나 공간에서 일하고 있는가? 또는 자외선을 활용해 일하는가? 그렇다면 반드시 옷이나 모자, 선글라스나 보안경으로 자외선을 피해야 한다. 또 가릴 수 없는 피부에 반드시 선크림을 매일 바르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함께 일하는 노동자들이 야외에서 일하거나 자외선에 노출된 위험이 있는 일터라면 선크림을 주기적으로 배부하고 바를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또 인공광원의 정도에 따라 보안경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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