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8 12:14:50
질환별로 식품군을 세분화해 개별 식품과의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과의 연관성을 분석한 코호트 분석 결과가 공개됐다.
최근 유럽의 대규모 코호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채소, 과일, 콩류 등 특정 식물성 식품의 섭취는 크론병 발병 위험을 유의하게 낮추는 반면, 감자의 섭취는 궤양성 대장염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는 식이 섬유가 염증성 장질환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질환별 식품군을 세분화하여 개별 식품과의 연관성을 정밀하게 분석하였다.
프랑스 파리 사클레대학교 마이어 앙투안 연구진이 수행한 본 연구 결과는 미국소화기학회 저널에 7월 24일 게재되었다. 연구는 유럽 10개국, 총 34만 1,519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European Prospective Investigation into Cancer and Nutrition(EPIC) 코호트 자료를 기반으로 진행되었으며, 참가자들은 연구 시작 시 검증된 식품 섭취 빈도 설문을 통해 과일, 채소, 콩류, 감자의 섭취량을 보고하였다. 이후 중위 13.4년간의 추적 관찰 기간 동안 149명의 크론병 환자와 379명의 궤양성 대장염 환자가 새롭게 진단되었다.
분석 결과, 과일, 채소, 콩류, 감자의 전체 섭취량이 가장 많은 상위 25% 군은 섭취량이 가장 적은 하위 25% 군에 비해 크론병 발생 위험이 56% 낮았다 (HR 0.44). 이는 식물성 식품의 전반적인 섭취가 크론병 예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이러한 식물성 식품의 총량은 궤양성 대장염 발생과는 유의미한 관련성을 보이지 않았다.
식품군을 더욱 세분화하여 분석한 결과, 사과, 배, 바나나, 버섯, 마늘, 양파류를 많이 섭취하는 군에서 크론병 발병 위험이 유의하게 낮았다 (HR 0.58). 연구진은 이러한 개별 식품들이 가진 항염증 성분이나 장내 미생물군 조절 효과가 크론병 예방에 기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감자의 섭취가 궤양성 대장염 위험을 유의하게 높이는 요인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감자를 가장 많이 섭취하는 군은 가장 적게 섭취하는 군보다 궤양성 대장염 위험이 51% 높았다 (HR 1.51). 연구팀은 이와 관련하여 감자의 조리법, 특히 튀김이나 고온 조리에 따른 아크릴아마이드 등 발암 물질 노출 가능성, 또는 감자 기반의 고탄수화물 식단이 장내 미생물군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잠재적 원인으로 지목하였다.
흥미롭게도, 다양한 식물성 식품을 골고루 섭취한 '식이 다양성 점수'는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 어느 쪽과도 유의한 관련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단순히 다양한 식품을 섭취하는 것보다 특정 식품의 종류와 그 조리 형태가 염증성 장질환 발병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특정 식품은 장내 염증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다른 식품은 오히려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결론지으며, "염증성 장질환 위험 인자를 평가할 때 단순히 식이 섬유 섭취량이나 식품 다양성만을 기준으로 삼기보다, 식품의 종류와 조리 형태까지 고려한 세부적인 식이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염증성 장질환 환자 및 위험군에게 보다 구체적이고 맞춤화된 식이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데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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