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6 16:26:23
교통사고 경상환자의 진료비 지급 여부를 보험사가 직접 판단하도록 하는 국토교통부의 개정안이 입법예고되면서, 법조계에서도 기존 법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의 이해관계에 따라 환자 치료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며 각계의 우려가 증폭되는 상황이다.
6월 25일, 국토교통부가 입법예고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은 교통사고 경상환자가 장기 치료를 받을 경우 진단서 등 관련 서류 제출을 의무화하고, 보험사가 진료비 지급 여부를 직접 결정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상해일 기준 4주 또는 8주 이후에도 치료가 지속될 경우, 환자와 의료기관은 보험사로부터 자료 제출 요청 및 지급 계획을 통보받게 된다.
법조계는 이 개정안이 기존 법체계의 '삼각 구조'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비판한다. 일반적으로 법체계는 원고, 피고, 그리고 이들 사이의 공정한 판단자인 판사로 구성된 삼각 구도를 갖추지만, 개정안 시행 시 보험사라는 '의무자'가 스스로 진료비 지급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로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권리자와 의무자만 존재하는 '2각 구도'로, 제3의 공정한 판단자가 없어 당사자 중 한쪽이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는 진단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보험사에 진료비 지급 판단 권한이 넘어가면서,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심사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법무법인(유한) 텍스트의 전성훈 변호사는 "시간이 지날수록 보험사는 환자의 상해 정도, 연령, 성별, 직업, 보험료 납입 이력 등을 분석해 '소송당하지 않을 수준의 보상'에 대한 경험적 기준을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의 지급 판단은 환자의 실제 의료적 필요나 피해 규모와는 무관하게, 소송 가능성과 내부 편익을 따진 결과로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다. 결국 보험사는 소송을 피할 수 있는 선에서만 지급 결정을 내리고, 환자는 필요한 치료를 충분히 받지 못하거나 자비로 치료비를 부담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보험사 결정에 대한 이의 신청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개정안은 환자가 보험사의 진료비 지급 유효기간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려면 보험사 등을 통해 공제분쟁조정분과위원회에 심의·조정을 요청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보험사가 이의 신청의 주도권을 쥐게 되면서 관련 절차가 형식적으로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성훈 변호사는 "사실상 지급 의무자가 자기 의무를 스스로 평가하는 구조가 되며, 이는 법적인 삼각 구도에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 보험업계 추천 공익위원을 자동차보험진료수가분쟁심의회(분심위) 위원장으로 임명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을 저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의사협회 자동차보험위원회 이태연 위원장은 "분심위는 단순 수가 심사가 아닌 자동차보험 진료에 대한 정책을 결정하는 기구"라며, "이 위원회의 주도권을 보험업계가 잡게 된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분심위의 기능을 거의 말살하는 문제인 만큼 강력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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