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6 16:18:36
국립부곡병원의 의사 채용 공고에 좀처럼 지원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는 공공병원으로서의 역할 수행에 심각한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으며, 정신과 전체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월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립부곡병원은 올해 들어 네 번째로 의무직 공무원 경력채용시험 재공고를 통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4명(부이사관급 1명, 과학기술서기관 3명) 선발에 나섰으나, 좀처럼 자리가 채워지지 않고 있다. 이들은 정신건강과 총괄, 정신·약물중독질환자 진료 및 연구, 전공의 수련, 국가·지역사회 정신건강증진 사업,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운영 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자격 요건은 과학기술서기관의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자격증 소지자, 부이사관은 관련 분야 10년 이상 연구·근무 경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4차례에 걸친 채용 공고에도 지원자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 정신병원 관계자는 "최근 개원 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라 병원급조차 정신과 전문의를 채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학병원도 교수 인력을 유지하기 어려운데 공공병원의 인력난은 당연한 결과"라고 토로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병동 근무를 꺼리고 개원으로 몰리는 주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2018년부터 시행된 '개인정신치료 수가 세분화 및 인상'**이다. 당시 개인정신치료 수가가 기존 3단계에서 5단계로 세분화되면서 상담치료 수가가 기존 최대 4만 6,955원에서 최대 8만 3,858원까지 약 2배 인상되었다. 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에 따르면, 수가 인상 이후 의원급 정신건강의학과 개설이 약 700~800여 곳 증가하는 등 개원 러시가 이어졌다. 협회 관계자는 "정신치료 수가 인상은 반드시 필요한 요소였지만, 이로 인해 개원 러시가 이어지면서 정신과 입원환자를 돌보던 전문의들이 대거 개원 시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요인은 입원환자 진료 기피 현상이다. 코로나19 이후 정부의 정신병원 입원 병동 관리 강화와 함께 최근 정신병원 입원 중 환자 사망 사건에 대한 병원과 의료진의 안전 조치 및 관리 소홀 논란이 커졌다. 심지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정신병원 사망 사건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사명감을 갖고 정신과 병동을 지키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마저 개원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개원한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공공 정신의료기관에서 사명감을 갖고 수년간 정신과 입원환자를 돌봤지만, 정책적 지원은 없고 의료진의 희생만 강요하는 식"이라며 "더 이상 진료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서 "정신과 폐쇄병동 등 입원환자 관리는 정신건강의학과 내부에서 파격적인 지원이 없으면 사라질 우려가 높은 '공공의료' 영역"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필요성을 강력히 강조했다.
국립부곡병원의 지속되는 인력난은 공공 정신의료 시스템의 붕괴 우려를 낳고 있으며,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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