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5 11:24:29
급성 심근경색을 앓은 후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사망률이 직장가입자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건강 불평등 문제가 다시금 조명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택 교수(연세의대 가정의학교실)와 중앙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원호연 교수 공동 연구팀은 이러한 분석 결과를 '영양, 대사 및 심혈관 질환(Nutrition, Metabolism & Cardiometabolic Diseases)' 최신호에 게재하며 건강보험 유형별 사망률 차이를 상세히 밝혔다.
심혈관 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주요 사망 원인으로 꼽히며, 특히 급성 심근경색은 높은 사망률과 재발률을 보인다. 연구팀은 흔하게 발병하면서도 치명도가 높은 급성 심근경색과 대한민국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보험 유형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였다. 건강보험 유형은 직장에 고용된 '직장가입자'와 자영업자, 무직자 등이 가입하는 '지역가입자'로 나뉘며, 유형에 관계없이 소득에 따라 건강보험료가 달라지므로 각 가입자 내에서도 고소득자와 저소득자 구분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여 2007년 한 해 동안 급성 심근경색을 진단받은 3만 1,938명 중 악성 종양 진단 이력 등 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원을 제외한 5,971명(직장가입자 4,329명, 지역가입자 1,642명)을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하였다. 이후 각 보험 유형 가입자를 보험료 납입금을 기준으로 3분위(상, 중, 하)로 재분류하여 사망률 차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평균 추적 기간 13.5년간 지역가입자의 사망률은 직장가입자에 비해 1.11배 높게 나타났다. 더욱이 지역가입자 내에서는 소득이 가장 적은 집단(하위 3분위)의 사망률이 소득이 높은 집단(중위, 상위 3분위)에 비해 1.34배 높았다. 반면, 직장가입자에서는 소득 구간에 따른 사망률 차이가 유의미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를 통해 직업과 소득에 따른 사회경제적 지위가 급성 심근경색 이후의 사망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지역가입자 내에서도 경제적 격차에 따라 사망률이 크게 차이 나는 것은, 의료 접근성, 건강한 일상에 대한 자각 등 의료 격차가 건강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직장가입자의 경우 규칙적인 소득과 고용 안정성 덕분에 정기 건강검진 등 의료 접근성이 우수하지만, 지역가입자는 의료비 부담, 낮은 건강 이해도, 적은 신체 활동량 등으로 인해 건강이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있다고 보았다.
강희택 교수는 "사회경제적 수준의 차이에 따라 사망률이 달라지는 건강 불평등이 우리 사회에 존재함을 확인했다"고 밝히며, "특히 지역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건강 교육, 심혈관 질환 조기 검진 제공 등 건강 정책이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였다. 이번 연구는 건강보험 체계 내에서도 존재하는 건강 불평등의 단면을 보여주며, 취약 계층의 건강 증진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더욱 필요함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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