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5 11:37:52
지난해 한미약품에서 시작된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전반으로 번지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경영권 분쟁이 장기간의 실적 부진에서 비롯된 오너 일가의 갈등이라는 점에서, 해당 기업들이 현재의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6월 24일 관련 업계 및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올해 동성제약을 비롯한 여러 제약바이오기업에서 경영권 분쟁 관련 공시가 잇따르고 있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동성제약과 헬스케어 기업인 한국콜마에서 오너 일가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며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동성제약은 23일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공시하며 충격을 주었다. 이번 결정에 따라 현 나원균 대표는 제3자인 김인수 씨와 공동관리인으로 회생 계획 수립 및 집행을 주도하게 된다.
이 회생절차의 배경에는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자리하고 있다. 동성제약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해 10월 대표가 된 오너 3세 나원균 대표와 그에게 경영권을 물려줬던 오너 2세 이양구 회장 사이에서 촉발되었다. 이는 창업주의 아들인 이양구 회장이 자신의 누나인 이경희 오마샤리프화장품 대표의 아들인 나원균 대표이사에게 경영권을 넘겨준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불거진 갈등이다.
나원균 대표이사는 경영 전면에 나선 직후 자금 운용사 출신 임원을 이사회에 합류시키고 전환사채(CB) 상한금액 확대를 추진하는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이양구 회장이 유상증자 등을 추진하면서 경영권을 되찾기 위한 활동에 나서면서 양측의 갈등이 본격화되었다. 이양구 회장은 지난 4월 약 120억 원 규모의 보유 지분 전량(14.12%)을 마케팅 회사인 브랜드리팩터링에 매각했다. 반면 나원균 대표는 딥랩코리아를 대상으로 70억 원 상당의 교환사채를 발행하고, 에스디에너지를 대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51만 8,537주를 발행하기로 했다.
이에 이양구 회장과 브랜드리팩터링은 해당 신주 상장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며 이를 저지했고, 이후 임시 주주총회 소집 요구로 경영권 탈환에 속도를 높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성제약의 1차 부도와 함께 회생절차 개시 신청이 접수되었는데, 업계에서는 이를 경영권 방어의 수단으로 회생절차를 활용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회생절차가 개시됨에 따라 나원균 대표이사 체제의 계획 수립 등이 이어질 예정이어서 경영권 분쟁은 한층 장기화될 전망이다. 현재 회생 계획안 제출 시점은 오는 10월 13일까지로, 이 기간 동안 주식 거래가 정지되면서 임시 주주총회 등도 무산될 수밖에 없어 양측의 입장이 정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너 일가 갈등은 콜마그룹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이는 당초 남매 간의 갈등에서 부자 간의 소송전으로 비화된 양상이다.
콜마그룹의 경우, 콜마홀딩스 윤상현 부회장이 여동생인 윤여원 대표가 맡은 콜마비앤에이치의 경영권을 가져오기 위해 윤 부회장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콜마비앤에이치 사내이사로 선임할 것을 요구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는 콜마비앤에이치의 영업이익이 줄어들며 실적이 부진한 만큼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윤여원 대표는 독립 경영 침해를 주장하며 맞섰고, 이러한 분쟁은 결국 윤동한 회장의 주식 반환 소송으로까지 이어졌다.
윤동한 회장 측은 2018년 9월 윤상현 부회장,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와 함께 콜마비앤에이치의 지배구조와 관련된 3자 경영 합의를 체결했으며, 이 합의안에는 윤 부회장이 콜마비앤에이치의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사업 경영권을 적절히 행사할 수 있도록 지원 또는 협조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콜마홀딩스 측은 경영 합의는 콜마비앤에이치의 운영과 홀딩스의 지원에 관한 것이며 증여와는 무관하고, 부담부 증여가 아닌 단순 증여 계약서가 존재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결국 양측의 경영권 분쟁은 이 합의 내용의 법적 인정 여부에 따라 결론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증여 해제가 이루어질 경우 윤동한 회장이 다시 최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경영권 분쟁이 종식될 가능성도 있어, 향후 부자 간의 다툼이 그룹 지배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주목할 점은 현재 진행 중인 경영권 분쟁이 대부분 실적 부진에 따른 오너 일가의 갈등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동성제약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영업 적자를 기록했으며, 2023년 소폭 흑자를 기록했으나 2024년 다시 6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상황이 악화되었다. 한국콜마의 경영권 분쟁 시작 역시 콜마비앤에이치의 실적 부진이 원인이었다. 윤여원 대표가 맡기 시작한 2020년 1,092억 원이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246억 원으로 77% 감소한 것이 문제로 제기되었고, 올 1분기에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2% 감소한 36억 원에 그치면서 경영권 교체 주장의 근거가 되었다.
결국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전반적인 실적 부진은 추가적인 경영권 분쟁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오너 일가 갈등 외에도 실적 부진으로 최대 주주 변경이 시도되었던 한국유니온제약이나 진원생명과학 등도 현재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 특히 최근 주요 제약사의 오너 2세, 3세가 점차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는 만큼, 향후 추가적인 분쟁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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