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20 11:57:23
동일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더라도 해석은 판이하게 다를 수 있다. 최근 의학계에서는 체질량지수(BMI)를 통한 비만 진단 기준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전개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동일한 빅데이터를 분석했음에도 그 해석에 있어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현상이 주목받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은 현행 비만 기준인 BMI 25 구간에서 사망률이 가장 낮다는 분석 결과를 근거로 비만 기준을 BMI 27로 완화하자는 주장을 제기하였으나, 대한비만학회는 이러한 제안을 일축하였다.
이러한 '해석 편차'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며, 어떤 방식의 해석이 현상을 보다 정확히 반영하고 현실적인 대응책 마련에 유용할 것인가? 본지는 최근 500만 명의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10년간 추적 관찰한 대한비만학회 한경도 빅데이터위원회 이사와의 대담을 통해 논란이 되고 있는 BMI 지표의 실체를 고찰하였다.
BMI 지표의 태생적 한계와 맹신의 위험성
BMI는 19세기 통계학자 아돌프 케틀레에 의해 처음 개념화되었으며, 20세기 중반 미국 보험업계에서 건강 위험도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활용되기 시작하였다. 1972년 안셀 키스가 BMI를 체지방 측정과 관련한 신뢰성 있는 지표로 제안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보급되었다.
한경도 이사는 "BMI의 주요 장점은 측정의 간편성과 저비용, 그리고 비만뿐 아니라 다양한 건강 결과와의 연관성을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근육량, 체지방 분포 등을 반영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한다"고 지적하였다.
특히 "BMI는 신장에 대해 체중을 이차함수로 나누는 계산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신장이 작은 인구집단에서는 지표값이 과대평가되며, 신장이 큰 인구집단에서는 과소평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하였다. 또한 "BMI는 신체를 단순한 2차원적 비율로 측정하므로 신체 부위별 지방 분포의 차이를 반영하지 못하는 본질적 한계를 지닌다"고 부연하였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체지방률(BFP), 허리-엉덩이 비율(WHR), 허리둘레(WC) 등의 대체 지표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인종 및 연령별 BMI의 차이를 고려하여 기준값을 지속적으로 조정해왔으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시 소아·청소년 비만 문제의 특수성을 강조하며 별도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한 이사는 "BMI 지표값은 결코 불변의 금과옥조가 아니다"라고 강조하였다. "노인 인구집단의 경우 체지방 비율이 더욱 중요한 지표이며, 성장기에 있는 소아·청소년에서는 BMI가 급격히 변화할 수 있어 별도의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하였다. 또한 "BMI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허리둘레와 키의 비율(WHTR), 체지방률 기반 비만지수(BRI) 등이 제안되고 있으며, 해당 척도들은 당뇨병 및 만성질환과의 연관성에서 BMI보다 우수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하였다.
실제로 BMI에 따른 비만 기준은 국가별로 상이하다. 한국과 일본은 BMI 25 이상을 비만으로 정의하는 반면, 중국은 28 이상으로 설정하여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중국이 28 이상을 비만으로 설정한 근거는 단순히 대사질환 위험 증가 구간만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질병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하는 임계점을 반영한 결과이다. 이는 해석의 가중치에 따라 비만 구간 설정이 가변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500만 명 10년 추적 연구로 도출한 최적 BMI 기준값
비만을 단순히 BMI 값으로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기보다는, 과도한 체지방 축적과 관련 질환 위험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전문가적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 이사는 임상적 개입이 필요한 최적의 BMI 기준값(Cut-off) 산출을 위해 건강보험공단의 500만 명 데이터를 10년간 추적 관찰하는 대규모 연구를 수행하였다.
한 이사는 "대규모 코호트 연구를 통해 BMI와 다양한 건강 지표 간의 관계를 심층적으로 분석하였다"고 설명하였다. "BMI 구간별로 질병 발생 위험과 사망률을 평가할 때, 시간 경과에 따라 생존 ROC 곡선이 변화하므로 최적 기준값을 단일하게 정의하는 것은 학술적으로 어려운 과제"라고 언급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망 위험에 대한 최적 기준값은 BMI 21, 23으로, 대사질환 및 심혈관 질환은 23, 25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비만학회 팩트시트에 따르면 20~30대의 당뇨,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증가 그래프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므로, 예방 및 관리 차원에서 학회가 제시한 과체중 23, 비만 25 기준은 충분히 합리적인 근거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하였다.
또한 "소아청소년의 비만 유병률이 2017년 10%에서 2021년 19%로 급격히 증가했다"며 "비만 예방의 관점에서 잠재적 위험군인 젊은 성인과 소아청소년에 대한 접근 방식, 그리고 이러한 고려사항을 BMI 진단 기준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가 중요한 논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한 이사는 BMI의 한계를 보완할 새로운 지표의 도입과 활용에 관한 연구에도 주력하고 있다. "BMI 24를 기준값으로 적용했을 때 당뇨병 발생에 대한 예측도(AUC)는 66.5%(0.665)에 불과하며, BMI 21을 기준으로 한 사망 발생 예측도는 54.5%에 그쳐 사실상 예측력이 미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하였다. "반면 WHtR, BRI는 당뇨병 예측에서 약 72%의 정확도를 보여 BMI보다 우수한 지표로 확인되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BMI와 관련한 다양한 논란으로 인해 부정적 인식이 형성될 수 있으나, 젊은 인구집단의 경우 BMI 25 기준값에서 상당히 우수한 당뇨병 예측 성능을 보이며, 다른 지표와 결합하면 예측 정확도(AUC)를 75%까지 향상시킬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비만 기준은 단순히 사망률만으로 정의하기에는 복잡한 문제이므로, 비만 유병률의 증가 추세, 사회적 관심 환기, 그리고 예방 및 관리 측면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지표 설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