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08 10:06:52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치료에 있어 비스무스(Bismuth) 약제의 조기 투여가 제균 성공률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는 한국인 감염자들에게 특히 유의미한 발견으로, 기존 치료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소화기내과의 조준형 교수가 주도한 이 연구는 총 306명의 헬리코박터균 감염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기존의 항생제 2종과 위산분비억제제로 구성된 표준 1차 제균 요법에 비스무스 약제를 추가해 그 효과를 검증했다.
연구 결과, 비스무스를 추가로 처방받은 111명의 환자 중 2주간의 치료를 완료한 그룹에서는 95.8%의 높은 제균 성공률을 보였다. 이는 비스무스를 처방받지 않은 대조군의 82.9%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치다. 또한, 비스무스 복용군에서는 헬리코박터균 치료 실패율이 4.2%에 그친 반면, 비복용군에서는 12.3%로 나타났다.
조준형 교수는 "현재 한국의 헬리코박터 치료 지침에는 비스무스 약제의 초기 투여를 권고하지 않고 있으며, 이는 비급여 항목으로 처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제균 치료를 처음 받는 환자에게도 1차 약제부터 비스무스를 처방하면 치료 성공률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Expert Review of Anti-Infective Therapy'의 최신호에 게재되었으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연구 분야의 권위자인 데이비드 그레이엄 박사로부터 "향후 국제적인 표준치료법이 될 것"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편, 조 교수팀은 또 다른 연구를 통해 아목시실린 항생제의 투여 방법을 개선함으로써 부작용을 줄이고 제균 성공률을 98%까지 높일 수 있음을 밝혀냈다. 이 연구에서는 아목시실린의 용량을 낮추고 복용 횟수를 늘리는 방식을 채택해, 전체 부작용을 40%에서 23.1%로 감소시켰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한국인의 약 절반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며, 위암 발생 위험을 크게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항생제 내성 증가로 인해 기존 치료법의 성공률이 점차 감소하고 있어, 새로운 치료 접근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비스무스의 조기 투여와 아목시실린의 개선된 투여 방식을 통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한국인 환자들에게 보다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발견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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