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9 12:07:27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RA)가 비만과 연관된 암 예방에 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점이 대규모 코호트 연구를 통해 확인되었다.
대사증후군 개선 및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 효과로 이미 그 중요성이 확립된 리라글루타이드, 세마글루타이드 등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RA)가 이제 비만 관련 암의 예방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대규모 진료 데이터 기반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이는 의료계에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NYU 그로스만 의과대학 루카스 마브로마티스 연구팀은 GLP-1 RA 투약이 비만 관련 암 발생률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였으며, 그 결과는 현지 시간 5월 30일부터 6월 3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되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5)에서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DOI:10.1200/JCO.2025.43.16_suppl.10507).
비만은 이미 다수의 암 발생 위험 인자로 공표된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국립암연구소(NCI)는 유방암, 대장암, 자궁내막암, 췌장암, 신장암 등 최소 13가지 암이 비만과 연관되어 있음을 지목하였으며, 비만을 동반한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암 발생 위험은 일반인 대비 현저히 높다는 사실이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고위험 환자군에서 체중 감량 자체가 실제로 암 예방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직접적인 연구는 미흡하였다. 특히 GLP-1 RA와 같이 체중 감량 효과가 명확히 입증된 치료제가 항암 예방 효과를 지니는지에 대한 근거는 제한적이었다. 기존 연구들은 대개 체중 감소나 혈당 조절 개선이 암 위험에 미치는 간접적인 영향에 대한 추론 수준에 머물렀으며, 무작위대조임상시험(RCT)은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장기적인 암 발생률을 평가하기 어려운 한계를 내포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 연구는 '타깃 임상시험 모사(target-trial emulation)'라는 혁신적인 방법론을 적용하여 실제 진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임상시험 조건과 유사한 환경을 재현하고자 시도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연구팀은 미국 내 43개 헬스 시스템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BMI 30 이상이며 당뇨병 진단을 받은 성인 환자 중 2013년부터 2023년 사이에 GLP-1 RA 또는 DPP-4i(체중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당뇨병 치료제)를 새롭게 투약하기 시작한 8만 5015쌍(총 17만 30명)을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하였다. 이들은 처방 시점, 연도, 환자 특성을 기준으로 1:1 성향점수 매칭을 통해 비교군이 설정되었다. 이후 복합 비만 관련 암 발생률과 전체 사망률을 심층적으로 비교 분석하였다.
두 약물군 모두 평균 3.8년에서 3.9년간의 추적 관찰이 이루어졌으며, 분석에는 성별 분리 및 상호작용 효과에 대한 평가 또한 포함되었다. 분석 결과, GLP-1 RA 사용군에서 DPP-4i 사용군 대비 비만 관련 암 발생 위험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조정 위험비[aHR] 0.93). 또한 전체 사망률 역시 GLP-1 RA군에서 더 낮았으며(aHR 0.92), 특히 암 종류별 분석에서는 대장암 및 직장암에서 뚜렷한 보호 효과가 확인되었다. GLP-1 RA가 DPP-4i에 비해 비만 관련 암 발생률을 7%, 전체 사망률을 8%가량 낮추는 것으로 확인되어 그 유의미성이 입증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성별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GLP-1 RA의 체중 감량 효과, 염증 경감, 인슐린 저항성 개선, 대사 조절 개선 등 복합적인 기전이 암 발생 경로를 차단하는 데 기여했을 가능성을 제기하였다.
이번 연구는 기존 연구들과 달리 실제 진료 현장에서 처방된 약물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규모 환자군을 분석하였다는 점, 비만과 당뇨를 동시에 지닌 고위험군을 표적으로 설정하였다는 점, 그리고 비교군으로 체중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DPP-4i를 선택하여 효과의 특이성을 평가하였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의가 매우 크다.
연구진은 "GLP-1 RA 약제는 당뇨병과 비만 환자의 대규모 실제 코호트에서 DPP-4i에 비해 비만 관련 암의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며, "향후 연구에서는 GLP-1 RA가 암 예방에 미치는 역할을 전향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본 연구는 GLP-1 작용제가 단순한 대사 질환 치료제를 넘어, 광범위한 공중 보건 개선에 기여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