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5 11:31:42
CGM(연속혈당측정기)의 사용이 단순히 편의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생활습관 개선 등 건강 예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1921년 인슐린 발견 이후 100여 년간 '주사'에 의존해왔던 제1형 당뇨병 치료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지난 '미국당뇨병학회(ADA) 2025'에서 발표된 연구들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제1형 당뇨병의 완치 가능성을 현실적인 논의의 장으로 끌어올리며 전 세계 임상의들과 환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혈당 조절을 넘어 체중 관리로 이동하는 당뇨병 치료의 추세 속에서, '기술'이 치료의 본질을 재정의하는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이번 학회는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번 ADA 2025에서 공개된 두 건의 줄기세포 기반 연구는 제1형 당뇨병 치료가 기존 인슐린 주사 의존 방식에서 벗어나, 인체 내에서 인슐린을 생산하는 세포 치료법으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연구는 세계 최초의 동종(allogeneic) 줄기세포 유래 완전 분화 인슐린 생성 췌도세포 치료제인 **'VX-880'(Zimislecel, 지미슬레셀)**의 임상 1/2상 FORWARD 연구(DOI: 10.1056/NEJMoa2506549)이다. 이 연구는 저혈당 경고 감각이 손상된 성인 제1형 당뇨병 환자 12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VX-880 세포를 간문맥을 통해 간에 이식했다. 그 결과, 모든 참가자에게서 내인성 인슐린 분비가 회복되었고, 심각한 저혈당이 사라졌다. 또한, A1C는 7% 이하로 유지되었고, 혈당 목표 범위 도달률은 70% 이상을 달성했다. 특히 외부 인슐린 사용량은 평균 92% 감소했으며, 12개월째에는 10명의 환자가 완전히 인슐린 투약을 중단하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었다. 이는 줄기세포 유래 세포치료가 단순한 보조요법이 아닌 '기능 회복' 중심의 치료로 기능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부작용은 기존 면역억제제나 이식 시술에서 관찰되는 수준 이내였으며, 새로운 이상 반응은 보고되지 않았다.
23일에 발표된 또 다른 연구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면역회피 기능과 안전장치를 동시에 탑재한 줄기세포 유래 인슐린 생성 세포(SC-islet)**에 대한 것이었다. 이 연구는 인간 배아줄기세포(hESC)에 8개의 면역 보호 유전자를 삽입하여 이식 후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할 수 있도록 설계했으며, 동시에 Ganciclovir라는 항바이러스제를 이용해 활성화할 수 있는 '킬 스위치'를 탑재하여 비정상적 세포 증식을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실험실 배양 단계에서 이 SC-islet가 정상적으로 인슐린을 분비하고 면역 반응을 억제하며 생존하는 것은 물론, 킬 스위치도 정상 작동함을 보여 안전성을 확보했다.
당뇨병학회 관계자는 "과거 사체 췌도이식은 공급 부족 한계가 있었으나, FORWARD 임상은 기증자 없이 배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국내외 연구진 모두의 관심을 받는다"고 밝혔다. 또한 "아직 1/2상 임상이지만, 장기적인 인슐린 생산 능력 유지가 관건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췌도이식의 한계를 기술적으로 극복한 차세대 대체 치료법으로서 손색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연구들은 당뇨병 치료가 세포 기반 정밀치료 시대로 진입하여 '완치에 근접한 상태'를 기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새로 발표된 두 건의 인공지능(AI) 기반 연구는 제1형 당뇨병의 임상적 발병 전 조기 위험 감지에 혁신적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기존에는 증상 발현 후에야 진단되어 이미 췌도 베타세포가 심각하게 손상된 경우가 많았으나, AI 기술을 활용한 머신러닝 모델들은 의료 청구 및 실험실 검사 데이터에서 숨겨진 패턴을 분석해 최대 1년 전, 심지어 무증상 단계에서 위험군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첫 번째 연구는 연령대별 맞춤형 AI 모델을 개발하여 0~24세와 25세 이상 그룹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의료 보험 청구 내역, 인슐린 사용 기록, 연속 혈당측정기 사용 기록 등을 활용한 머신러닝 분석 결과, 기존 스크리닝 방법 대비 높은 민감도(젊은층 약 80%, 성인 92%)와 낮은 위양성률을 보였으며, 위험군을 최대 12개월 이상 조기에 식별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연구는 미국 대규모 의료 청구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여 약 9만 명의 제1형 당뇨병 환자와 250만 명 이상의 비환자 데이터를 머신러닝 모델에 적용했다. 자연어 처리 분야에서 탁월한 성능을 인정받은 BERT 모델은 80%의 정확도로 제1형 당뇨병 환자를 예측했고, 특히 기존에 제2형 당뇨병으로 오진된 환자 29%를 조기에 올바르게 분류하여 진단 오류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연속혈당측정기(CGM) 및 기타 디지털 헬스 기술은 단순한 혈당 측정 편의성을 넘어 환자 행동 변화 유도 및 예후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덴마크 연구팀의 CGM 관련 임상은 인슐린 치료를 받지 않는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있어 단기적인 CGM 사용이 행동 인식 및 생활 습관 개선을 유도할 수 있는 잠재력을 확인했다. 2주간의 CGM 사용 후 80%의 환자가 CGM이 유용하며 통찰력을 제공했다고 응답했으며, 특히 젊은 환자군은 음식 종류, 양, 운동에 따른 혈당 반응에 대한 인식이 더 깊었다. 3개월 후에도 절반의 참가자가 CGM 사용 당시의 깨달음을 바탕으로 생활 습관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는 CGM이 의료진 개입 없이도 환자 스스로 자기 혈당 패턴을 이해하고 행동을 변화시키는 '학습 도구'로 작동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디지털 기술이 조기 진단과 환자 행동 변화를 동시에 이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스마트폰 기반 가정용 알부민뇨 검사는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단백뇨 검사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고위험군 환자의 검사 완료율을 대조군 대비 2배 이상 높였다. 또한, 단백뇨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는 신장내과 진료 및 치료 처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제1형 당뇨병 임산부를 위한 자동 인슐린 주입(AID) 시스템 연구도 주목받았다. 이 다기관 임상시험은 AID 기술(탠덤 X2 + 컨트롤-IQ + Dexcom G6)이 기존 치료 대비 임신 중 권장 혈당 범위 내 체류 시간을 하루 평균 3시간 더 늘리고, 고혈당 노출 시간과 저혈당 시간을 유의미하게 감소시킴을 입증했다. 이 연구는 향후 임신 계획이 있는 여성 당뇨병 환자를 위한 AID 기술의 적응 확대를 위한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이번 ADA 2025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들은 제1형 당뇨병 치료가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과거의 한계를 뛰어넘어 '완치'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보여주며,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